11월 중순부터 일기를 써왔다. 5학년 때까지 일기를 쓴 기억(안네의 일기를 보고 썼든, 그 시절의 고민을 떠안아줄 상대가 필요했든)이 있다. 이후로, 일시적 일기 쓰기와 싸이월드에 사진에 짧은 글 기록으로 대신하다가, 아이들 기르면서 블로그에 책 읽는 기록 등을 짧게 남겼다. 그러다가 어떤 이유로 10년짜리 네이버 블로그를 탈퇴하고, 다시 블로그에 이런저런 기록을 남긴다. (그 사이에는) 편지 쓰기가 있었구나. 5학년 담임 선생님과 스무 살 이전까지 8여 년 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일기 파일은 처음 만들었다. 그날 먹은 거, 그날 입은 거, 감사할 것, 기원할 것, 기타, 할 일, 그날의 주된 감정과 소소한 기록과 마지막엔 긍정의 한 줄로 끝맺기로의 형식이다. 감정의 변화이든, 사실의 기억이든 희미해져 가는 것을 희미하게만 두고 싶지 않다가 주된 이유였고, 일기라는 형식을 취하고 싶었다. 할 일을 빨간 글씨로 포인트를 준다. 쓰기가 읽기 이상 재미를 주는 것을 일기를 통해 다시금 안다. 잊어버리는 것의 줄어듦, 감정 변화의 그러데이션급 시각화, 뭔가를 적을 때의 쾌감, 정리되는 마음, 내가 나를 잘 들어주는 자기 친밀감 등의 요소가 일기 쓰기 동력이다. 일기 쓰기와 소설 일기 쓰기를 같이 하고 있는데, 쓰다 보니 일기가 소설일기 쓰기처럼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의 기억은 편향이며 오류이라는데, 소설이면 어떻고 일기라면 어때.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인생이 드라마니까 소설이면서 일기가 되고. 하루를 소설화해서 재구성하는 전지적 시점의 상상 재건도 괜찮고. 일인칭시점의 누구나의 화법도 괜찮고. 다름에 같고 같고 다름에 뉘. 앙. 스와 무. 드는 중요하지만, 시점과 관점을 일인칭의 누구에게로 투영하는 주관적 객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시점과 관점을 전지적 관점으로 어떤 퍼즐이라도 가져다 쓰는 재미가 있다. 그날그날을 벼리는 날이 되어보고자 소소하게 세세하게 렌즈를 앞뒤로 조절하는 일기 쓰기, 소설일기 쓰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