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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 Jun 19. 2024

불멍 하듯 글멍한다

'언어의 무게'로 LP 한 장을 산다ㅡ감정의 시기적  에세이


그는 첼로를 가지고 와서 바흐 모음곡 중 하나를 연주했다.
 “자네 아일랜드 친구, 식당 종업원은 이 음악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인생의 , 인생‘전체’의 배경음악이라더군.”


책, 언어의 무게 455쪽, 파스칼 메르시어.




 
첼로 LP라도 듣고 싶었다. 첼로를 연주할 수 없다면 가장 옆에서 첼로 소리를 언제라도 듣고 싶다고 느꼈다. 그런 중에 파스칼 메르시어의 책을 보고 첼로 LP, 첼로 바이닐로 검색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케이스를 선택했다. 어떤 정보도 별로 없는 첼로의 문외한이나 마음에 든다. 첼로 소리가 얼마나 정교한지 수학문제를 푸는 듯하게 들린다.
밤에 모기소리만 게 틀고 귀를 턴테이블 옆에 대고 있으면
정말로 평온하다. 정말로. 잠시 잊음을 잊을 정도로.
 
첼로 소리를 들으면서, 책을 읽거나 필사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는 모두 가능하다. 첼로 소리 하나만이 들리는 경우이다. 하긴 경우의 수가 하나이다.  LP 한 장 컬렉션. 그런데 그래서 좋다고 느낀다. 몰라서 좋고, 그것이 말하자면 '' 같아서 좋다는 말이다.


'찐' : 진짜라는 의미




 
그러던 차에 첼로 LP가 이미지로 떠 있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우연히 보게 되어, 지금 가게안가게에서 소설일기를 쓴다. (이즘에선 소설로 넘어가는 중이다. 소설로 넘어가는 지점이 재미있다. 현실만을 갖고 현실을 살아가려면 너무 팍팍하다. 마치, 뭐랄까
닭가슴살 같잖아. 퍽퍽한 닭가슴살. 난 닭다리살이 아니... 안심살이 좋거든)
 
일기가 소설이 되고, 얼마든지 현실을 재구성하고, 어느 장소와 지점을 뚝 떼어 가져다 쓸 수 있다. 초인적이랄까.
 
소설일기를 쓰다가, 김초엽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재독 하기도 해서인지, 사람들의 상상의 조합이 거기서 거기인지 부제로 '우리가 같은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제목으로 타자기미니에세이를 함께 쓴다. 일기도 쓰다 쓰다 소설화하고, 독서는 하다 하다 교차독서를 하다가, 아침에 주방의 테이블에 녹색 이케아 조명을 켜고
책 서너 권을 뽑아 읽던 책을 다시 읽기를 한다. 그러고는 떠오르는 단상을 머릿속으로 정리해서 글로 적어서 명상과 같은 멍타이밍을 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 수없는 글의 멍타이밍 속에서 입력과 출력을 하면서, 스스로 흐뭇하다가, 풀 수 없는 문제를 뒤로 두고, 채움과 비움을 책의 문장으로 아니, 사람들의 삶과 말로 채워 본 것 같다.
 
누구에게 굳이 털어놓고 싶지 않은 말, 생활, 비밀이라면 비밀
같은 것들.
 
비밀이라면 비밀 같은 것들을
나눈다고 나눠지지 않는 걸
알았다. 아주 어릴 때 내 생각
엔 아주 어릴 때 알아버린 듯
했다.
 
그래서, 혼자 가지고 있다가
책의 말과 삶으로 이건 찐이다라는
말과 문장으로 호흡하며 그것으로
흡족할 만했다.
 
여전해서, 누군가는 비밀을 털어놓았으면
하는 것 같지만, 다시 해 본 결과 또다시
해 본 결과 그다지....
 
그래서, 역시 책이다. 책에서 안온하게
또는 불편하게 나의 진실과 그들의 진실
편을 넘나들면서 천천히 소화한다.
 
소화력이 그다지 빠르지 않아서, 천천히
보고 싶다.
 
조용하게 보고 싶다.
 
내가 들은 것이 아니라면,
내가 본 것이 아니라면,
내가 생각해 본 것이 아니라면
 
취해서 갖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열아홉 첫째가 묻는다. 열여덟?
엄마, 책이 그렇게 재밌어요

어... 재밌지,.... 그렇기도 하고..... 제일 볼 만해.
 
 
같은 시간 대에 소설일기와 일기와 타자기미니에세이를 넘나들면서
글멍을 하면서, 내면의 평화가 멍스럽게 퍼진다.
가성비와 가심비가 좋은 글쓰기다. 키보드나, 만년필이나 연필이나
타자기 등이 있으면 된다. 기록을 하고 카테고리를 정리하고, 예전 싸이월드 시절부터 온라인 기록은 손쉽게 사용하며, 네이버블로그를 십여 년 하다가
어떤 상황으로 블로그를 없애고 , 다시 한 지 오년즘 된 듯하다.
적어 내려가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오래도록 하고 있다.
 
출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책이 가장 안온한 위안을 주어서 책을 보다 보니, 출력이 된다. 채움비움의 연속이랄까.
 
소설일기, 타자기미니에세이, 리딩오프너 타자기 필사 등 어떤 소재로 주제를 정하다 놓다가 하면서 불멍 하듯 글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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