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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단지살롱 Jun 22. 2024

순환되는 이야기

이전 세대가 다음 세대가 되고 다음 세대가 다음 세대의 이전 세대가 되는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의 가할머니는 새하얀 머리카락으로 아가보다 선한 얼굴이 되셔서는 항상 감사해요 고마워요 이렇게 고생하게 미안해서 어쩌나 말씀하신다.  요양보호사 교육원 다음 실습 조인 동기생에게 바로는 요양원에 가셨다는데, 거기서도 그럴 것이다. 지금도 거기 복도 여기저기 다니시며 아가 같은 얼굴로 색칠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국민체조도 하셨으면 한다.


이전 세대가 다음 세대가 되고 다음 세대가 다음 세대의 이전 세대가 되는 데요, 당연하죠 고맙기는요. 에헤, 어르신.


어르신의 손에는 빈티지 반지가 눈에 도드라져서, 이거 너무 예뻐요 ㅇㅇ 어르신, 하니 아까워서 못 꼈던 이야기, 아끼지 않고 손에 끼고 다니는 그 반지에 대한 히스토리를 말씀하신다.


노인주간보호센터에 오시면 실내화를 갈아 신으시고,  요양보호사가 가져오신 물건이나 모자나 여벌의 옷 등을 각자의 사물함에 넣어드리거나 어르신들이 스스로 챙겨 각자의 사진과 이름이 써 있는 사물함을 찾아 넣으신다.


오전에는 디귿자 형태로  둘러진 긴 소파에 둘러앉으신 어르신들 인사를 하고 한 분 한 분 호명하고, 이름을 듣고 반응을 하시고 체조를 한참 하신다.


손을 씻고 화장실에 들르신 후 아침 간식을 드신다. 남자 여자 따로 앉으신다. 남녀상열지사라도 되는 듯이 누군가는 다른 할아버지와 어떤 할머니가 친근한 게 못 마땅하시기도 하다.


간식을 드시고, 오전 활동으로 색칠놀이나 간단한 한 시간 게임이나 일주일에 한 두번 외부 강사 놀이 활동이 이어진다.


다시 화장실을 다녀오시고 손을 닦으시고 점심을 드신다.  거의 모든 어르신은 채소 쌈을 좋아하시며  때로는 선호하시는 곡물의 종류에 따라 밥을 다르게 담아 드린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양치를 하신 후, 30여분 앉아 계시거나 간단하게 걸으시거나 이야기를 하시다가 낮잠 시간을 가진다.


낮잠 후 화장실을 이용하시고 손을 닦으시고 오후 간식을 드신다.


어르신들은 간단한 활동 등으로 오후 시간을 보내시다가 귀가하는 시간 순서에 따라 몇 분씩 주간보호센터의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의 차량을 이용해 집으로 가신다.


실습을 이곳에서 한 후, 다음 일주일은 요양원에서 일주일을 했을 때 주간보호센터에 다닐 만큼 건강한 어르신과 요양원의 조금 다른 분위기와 움직임의 정도에 대해 자연스레 상이 떠오른다.


모든 어르신들 얼굴이 상에 남았고, 주간보호센터의 반장 어르신과의 대화로 인해 채소를 10분 이상 물에 담가만 놓아도 안심하고 채소를 먹으며 반지에 대한 추억을 말씀하신 것으로 액세서리를 다시 보게 되고, 건강에 대해 누구도 자신하면 안 된다지만 어떻게 건강한 노년을 위한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대화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르신에게 소용이 될까 생각한다. 한국말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요양보호사 일을 많이 한다. 국가별 상관없이 어르신에게 다가가는 자세와 직업에 대한 의식이 개인별이겠지만, 그 조건을 넘어 생각해 본다면 어르신과 대화가 가능한 정서를 지닌 한국 요양보호사가 일해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곳이 여기라고 생각한다.


요양보호사의 스케줄을 살피며 옆에서 본 실습기간 동안 느낀 바는 여러 가지이다. 요양보호사의 방문 요양, 노인주간보호센터, 요양원, 요양병원 등에서의 월급은 너무 박하다. 급여는 올라가야 하고, 주기적으로 보수 교육과 인권교육을 실시해서 깊이 숙고하는 직업이 될 수 있게 직업 환경에 대한 교육 복지의 시간을 무엇보다  충분히 주어야 한다.


학력 관계없이, 나라 관계없이 일정 시간의 이론과 실습 후 요양보호사 시험의 국가고시를 통과하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지만, 기준에 대해 그리고 어르신과 대화가 되는 한국 요양 보호사에 대해 근로 환경 복지와 교육 추가 이수에 대한 의무 사항의 준거가 강화되고 지속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파킨슨으로 점점 굳어가는 몸으로 누워계신 어르신은  지나갈 때마다 눈을 내려보실 수밖에 없는 각도인데도 인사하시려 손바닥을 드신다. 손바닥을 톡톡 마주치고, 간단하게라도 말 한마디를 하면 들으신다. 그 눈빛이 얼마나 명석하셨을 이신지 눈을 보기만 해도 선생님이시다. 그리고 맞더라.


아빠도 혈관성 치매 증상으로 말이 바로 되지 않을 때, 글씨를 써 보자 하고 종이와 연필을 드렸더니 글씨조차 겹치게 써진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고, 배우기 좋아하고 사람들 사이에 있던 어른들이 어르신이라는 호칭으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계신다. 노인주간보호센터는 어린이집과 거의 비슷한 운영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래서인지 거의 한국 요양보호사가 근무는 것 같지만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물론, 개인별이지만, 진짜 간과할 수 없는 게 의사소통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력이 꼭 들어가야 할 곳이 요양보호사 직업이다. 왜냐하면 어르신은 의사소통을 원하신다. 말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말을 건네는 그네들의 모습에 익숙하시다. 익숙함이 아닌 낯섦 자체의 시설에 더해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들리는 말이 건네는 말이 우리말이 아닐 때 어떨 것인가.



김창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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