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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장위빙

신오와 원경의 거울

삶의 초점

by 홍선





원경을 떠올리면 물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채워진 컵이 생각났다. 처음 만난 식당에서 원경이 컵에 물을 따라줬을 때 신오는 속으로 작게 감탄했다.......

......, 원경의 상식 수준과 감수성의 정도는 신오의 신경에 거슬린 적이 없었다. 200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과 그 사람이 가지고 올 불확실한 미래까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면, 신오는 지금까지 누구도 사랑해 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누군가를,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사랑하기란 불가능할 것이었다. 신오는 원경과 헤어지고 통제할 수 있는 삶에 집중했다. 201


문득 깨달았다. 금이 아니다. 인물들이 금을 찾고 있다고 해서 금을 발견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다른 것, 다른 것을 발견해야 한다....... 금과 정반대에 있는 것. 219


책, 2025 제16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소설 중 <원경>



"아무것도 안 물었어. 묻지도 않고, 나만 믿었어." 208


그는 조앙 마두에게 그렇게 말하고, 꽃을 택시 바닥에다 놓았다.

"뭘 좀 마실까요?"

"아녜요. 선생님 방으로 가요. 그리고 꽃은 바닥에 말고 여기 시트 위에 놓아요."

"아니, 이 꽃은 바닥에 두는 게 좋아. 꽃을 사랑하는 건 좋지만, 너무 요란을 떨지는 말아야지."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그에게로 돌렸다. "사랑하는 것을 너무 애지중지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요?"

"아니, 아름다운 것들을 연극화하면 안 된다는 거지. 지금 우리 사이엔 꽃 같은 게 없어도 좋잖아."


책, 개선문




신오와 원경의 불안에 대한, 영실과 수경에서 믿음에 대한, 은화와 정림에서 아픔의 존중에 대해, 나와 김곤에서는 저울질하는 서로에 대해 또는 그 많은 것들을 둘러싼 저변들에 대하여......

본질을 흐리는 것들을, 본질에 디테일을 중시하는 라비크는 일견 툭툭 던지는 사람으로 보이나, 그의 속에서 발화하지 않는 내면을 서술한 정연한 말들은 기준하는 디테일에 그리 벗어나지 않아 자꾸 밑줄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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