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위빙
그들은 우리가 다음으로 기획하고 있는 일을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이 그들이 안절부절못하는 이유다. 그들이 우리를 몰아넣은 침묵의 지대를 그들은 건널 수 없다. 그들 쪽에서 보면 그 경계에는 그들이 우리에게 덮어씌운 잘못된 비난들이 내는 소음이 있고, 우리 쪽에서 보면 그 경계에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침묵의 마지막 기획이 있다.
페이지 49 [A가 X에게, 존 버거]
조금만 달리 보면 너무나 명백한 것을 쓸데없는 엉뚱한 설명으로 핵심을 흐려 놓는 데서 신비화는 비롯된다. 페이지 20 [다른 방식으로 보기-존 버거]
우리가 현재를 아주 분명하게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과거에 대해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페이지 21 [다른 방식으로 보기 - 존 버거]
할스나, 그에게 초상화를 그려 달라고 주문했던 십칠 세기 네덜란드 하를럼의 자선 요양원 이사들에 대해 우리가 아는 바는 거의 없다. 화가와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해 주는 정황적인 증거 같은 것도 없다. 그러나 그림들 자체가 그런 증거가 될 수는 있다. 즉, 한 그룹의 남자와 여자들을 타인인 화가가 보았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 증거를 검토하여 당신 스스로 판단을 내려 보라. 페이지 17 [다른 방식으로 보기-존 버거]
깊이 있고 빛나는 검은색의 미묘한 변화는 그림 전체의 조화로운 융합을 가능하게... 딱 알맞은 굵기로 비할 데 없이.... 강렬한 흰색과 대조되어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놀라운 콘트라스트를 이루어내고 있다. 17페이지 [다른 방식으로 보기 - 존 버거]
박준이 선택한 것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서정(Lyric)'이다. 이 오래되고도 아득한 단어, '서정'의 뒤편에는 악기가 있다. 서정의 노래를 부를 때 그 노래를 동반하는 악기는 현악기 리라(Lyre)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현을 종종 짐승의 내장으로 만들었다. 양의 내장을 잘 씻어서 산에 담갔다가 재로 씻어서는 길쭉하게 잘랐다. 그것을 말렸다가 유황에 넣어 표백했다고 한다. 산과 재와 유황이라는 극악한 지옥과, 시간이라는 무표정한 얼굴을 통과한 짐승의 내장을 쓰다듬을 때 나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 그것을 우리가 '서정'이라는 오래된 단어의 영혼으로 가정할 수 있을 때 박준이 쓰는 시들로 들어가는 입구는 조금 넓어진다 [121페이지, 박준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허수경 시인의 이야기]
기성의 관념에 갇히는 건 게으름 탓 같다. 특히 이분법은 사유의 적이다. 생각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누구나 기성세대가 된다. "선입관이 현실을 만나 깨지는 쾌감--고레아다 히로카즈"는 세상에 자기를 개방할 때만 누리는 복락이다 {페이지 170 _ 다가오는 말들 _은유}
상처와 악수하는 법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 해요?"
"영화 보고 있어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그러자 남자가 말했다.
"아, 장애인의 사랑을 상큼하고 산뜻하게 그린 일본 영화!"
그 말을 듣고 나는 아연실색해서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페이지 181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한수희]
A가 X에게, 다른 방식으로 보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다가오는 말들,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편집 중략 필사
동그랗게 말린 재스민찻잎 동그라미는 여덟 개즘
프렌치프레스에 우려내면 첫 잔이 그렇게 그윽하다
두 번째는 잘 모르겠다
동그랗게 말린 진실 속에 그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