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홀로 헤매이지 않도록
51 몰래 좌표를 새겨뒀지요. 더는 홀로 헤매이지 않도록 그대가 일러준 비밀스러운 언어로
52 그날 교토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많은 벚잎이 졌고, 많은 새순이 돋았다. 꽃의 절정을 나는 보지 못했다. 바라던 바였다. 다행히도 나는 몹시도 아름다운 그것들을, 누군가를 웃게 하는 장면을, 이내 곤두박질치는 순간을 비에 다 흘려보냈다. 나의 교토는 꽃순을 잃고 꽃잎도 잃고 파란 잎만 무성했다.
133 삼등칸이라도 시트는 희고 빳빳하고 깨끗하다. 134........
아르하라.벨로고르스크.예로페이 파블로비치. 아마자르. 모고차. 슬류잔카. 수많은 역을 지난다.
이국의 모든 낯선 지명을 발음하며 인간의 혀는 아름다워진다 134
그리고 착륙. 커다란 짐을 챙겨 내렸으나 그보다 더 큰 짐을 하늘에 두고 온 것만 같았다. 36
동행한 사람들과의 여러 일정이 있었으나, 그건 외려 한국에서 겪는 사소한 일상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곳이 외국이라는 걸 실감하는 건 혼자 짬을 내어 낯선 거리를 걷거나 상점에 들어가 물건을 살 때였다. 37
말도 통하지 않고, 내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이 나라 말을 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마음속에 꽃을 품었는지 총을 품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 37
그래서 평소에 하지 않는 짓을 일삼았다. 사진 찍기였다....... 여기서 나는 없었고, 존재하지 않았기에 모든 게 나일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발효되는 마음의 정경도 한국에서와는 다른 톤이었다. 39
렌즈를 거치지 않고 마주보는 풍경은 그러나 지나치게 맑고 밝았다 43
책, 어떤 날 6, 북노마드
모든 소설은 에세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https://www.instagram.com/reel/DKvqOJ0SNZv/?igsh=aGR6OW12aWN1cjc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