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생명의 은인

by 서동욱

듬성듬성 불빛을 잃은 가로등. 벽에는 지워지지 않은 낙서와 금이 간 시멘트 바닥, 깨진 유리창, 버려진 쓰레기 더미와 녹슨 철창들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골목길. 후드와 모자를 깊게 눌러쓴 건장한 사내 둘과 골목길에서 마주했다. 그들이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맞고 눈앞이 순간 흐려지며 정신을 잃었다.


군대를 전역 후 아르바이트하며 사회의 진출로 받은 첫 월급. 사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 당시 스마트폰이 한창 출시되던 여명의 시기에 스마트폰은 획기적인 혁신 품이었다. 나는 첫 월급으로 스마트폰과 모자를 구매했다. 새로 산 스마트폰에 가족들과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너무 신기한 나머지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손에 쥐고 다녔다. 장롱 위에는 새로 산 모자에 먼지가 않을 새라 수시로 먼지를 털어냈다. 스마트폰과 모자는 그 당시 나에게 대단히 소중한 애착품들이었다.

돌아오는 금요일 저녁, 평소 만나지 못했던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인 만큼 들뜬 마음으로 새로 산 스마트폰과 모자를 쓰고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로 즐거운 시간이 가졌고, 특별한 날이기에 평소 주량보다 많이 맥주를 마셨다.

취기가 제법 오른 상태에서 친구와 기분 좋게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 약속 장소에서 우리 집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되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집까지 가려면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 어두운 골목을 지나야 했다.

어두운 언덕길을 지나 건널목을 건너는데, 저 멀리서 남자 두 명에게 아저씨가 맞고 있고, 지갑을 강탈당하는 것이었다. 범죄 현장의 생생한 목격자가 된 나는 강도들을 피해 골목으로 피해 경찰에 신고하려던 차. 강도들과 눈이 마주친 것이다. 얼른 핸드폰 화면을 켜서 전화를 걸려고 골목길로 빠져서 몸을 숨겼다. 강도들을 재빨리 내가 몸을 숨긴 골목으로 달려와 내가 지나던 앞에 길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인기척이 있는 골목을 무시하고 지나치려는 순간, 강도는 내 뒤를 따라붙었다.

내 이름은 동욱인데, 그들은 나를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명철아!”

나는 강도의 부름에 “저는 명철이가 아닌데요?”라고, 말하는 순간 묵직한 둔기로 내 뒤통수를 내리쳤다.


번쩍! 눈에 플래시가 터졌다. 순간 기억이 1초간 끊겼다. 불행 중 다행인 거는 내가 쓰러지지 않고 두 발로 서있다는 것이다. 강도 한 명이 쓰러지지 않은 나를 보고 당황했는지

나를 골목 구석으로 밀어붙이고 내 얼굴에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나머지 한 명도 합세해서 나에게 발길질과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나는 이상하게도 화가 나거나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정신이 없었다. 평소 복싱을 열심히 수련하던 때라 스파링 경험을 조금 가지고 있던 나는 강도들에 물량 공세처럼 퍼붓는 주먹과 발길질을, 팔을 들어 올려 자연스럽게 막고 있었다.

나는 맞는 와중. 강도의 얼굴을 봤는데 뺨에는 칼에 베인 흉터가 있었고, 체격은 상당히 건장했다. 그에 비해 나는 마르고 왜소한 편에 속했다. 계속 내가 쓰러지지 않자! 둘은 나를 더 몰아붙였다. 맞는 순간에도 내가 한 행동은 새로 산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강도가 나를 때리다가 내 새로 산 모자를 쳐서 날아간 것이다. 모자가 땅에 슬로 모션으로 떨어지려는 아끼던 모자에 먼지가 묻는 순간. 내 게이지가 상승하듯 순간 화가 확 솟구치더니..... 나도 모르게 매일 반복했던 복싱 기술인 피하고 때리고 위빙 스트레이트가 강도에 얼굴을 가격한 것이다. 강도 한 명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전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복싱 기술이 나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나가고 나도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강도들보다 새로 산 모자에 붙은 먼지가 더 신경 쓰였는지 모자를 얼른 주워 먼지를 털고 있는데, 강도 둘은 이미 저 멀리 도망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다. 내가 연습하던 기술이 실제로 제대로 나간 것이기에 기쁘기도 했다. 손에는 새로 산 스마트폰을 쥐고 강도에서 펀치를 날린 것이기에 더 아팠을 거다.

고작 6개월. 하루도 안 쉬고 연습했던 복싱 기술들이 발현된 것이다. 실전을 비롯한 각성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도망가던 강도보다 새로 산 모자와 스마트폰 상태를 돌보기에 급급했다.


뒤늦게 112에 전화해서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관해서 설명했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님에게 강도에게 습격을 당했다고, 말씀드렸더니 다친 데 없이 돌아와서 천만다행이라고 하셨다. 흠집이 난 스마트폰과 모자에 묻은 먼지 자국을 보니 뒤늦게 화가 가시지 않아. 사건이 벌어졌던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강도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그날 이후, 나는 밤길을 걸을 때면 본능적으로 뒤를 살핀다. 이 일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날 이후로 복싱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그날의 펀치는 단순한 반격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 속에서도 맞서 싸우는 방법이었고,

폭력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기술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세상에 맞서는 첫 번째 각성이었다.

내가 그 당시 복싱을 배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의 내가 존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싱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내 생명의 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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