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3전 2기

by 서동욱

며칠 후, 체육관으로 드디어 프로 라이선스 등록증이 도착했다.

프로 자격을 부여한다는 상장과 카드 라이센스. 종이와 카드 한 장에 불과했지만 내게는

인생의 전부를 건 증표였다.


이름 옆에 ‘프로 복서’라는 타이틀이 새겨져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메달보다 빛나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침체된 프로 복싱 시장에서 4라운드 선수의 대전료는 40만 원이었다.

세금과 트레이너 몫, 매니저 수수료를 제하면 손에 남는 건 21만 원이 수입원이었다.

복싱 경기는 1년에 많아야 2번 열린다.

거의 수입원이 없다고 봐도 된다. 프로 선수가 되었지만, 내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똑같이 건설일을 계속하고, 주말에는 단기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는 삶은 변하지 않았다.

대전료로는 제대로 된 복싱용품 운동화 한 켤레 사기도 빠듯했다.


해가 떨어지고 밤이면 돼서야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두드리며 훈련할 수 있었다.
'이게 정말 내가 꿈꾸던 프로의 삶일까.'



그즈음, 체육관 관장이 나와 함께 운동하던 유망주 동생을 불렀다.
"해외 복싱 프로모터에게 제안이 왔는데."

그 제안은 해외 프로모터가 한국 선수를 사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는 소식이었다. 숙소, 식대, 시합에 준비하는 데 필요한 금전적인 부분 전부를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관장은 이내 서류를 가져왔고, 국적 부근에는
**‘가나(Ghana)’**라는 적혀 있었다.
멀고 낯선 땅. 가난하지만 부유한 이들이 공존하고, 세계 각국의 선수가 모여든다는 그곳.
생계 걱정 없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말에, 내 머릿속은 이미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며칠 뒤, 말라리아 모기가 많은 지역이라 예방주사를 맞아야 했기에. 동생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입국 절차를 통과하기 위한 서류를 받고자 말라리아 예방 접종을 맞은 필증 가지고 인천공항의 담당 부서로 향했고
모든 서류가 준비되었고, 비행기표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출국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내일이면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동생과 함께 훈련하고 있는데, 체육관 문이 벌컥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동생의 옛 스승, 전 세계 챔피언 김태식 관장님.
그는 문턱을 넘자마자 호통을 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협회 승인도 없이 해외로 나가? 그건 불법이야!”

목소리가 체육관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나는 얼어붙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관장님의 얼굴에는 분노보다 걱정이 묻어 있었다.

동생의 옛 스승은 동생을 타이르듯 말했다. 협회에 승인 없이 쌓은 전적은 위법이고, 공인되지 않은 타지에 가서 어떻게 이용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하셨다.

그는 동생을 데리고 그대로 떠났다.



다음 날,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나 못 가. 관장님 말 듣고 알아봤는데, 그쪽 진짜 수상해. 우리 갔으면 위험했을지도 몰라. 외국에 선수를 팔고 그 돈으로 수익을 챙기는 브로커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현 잘 생각해요.”
그 순간, 모든 게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안도감이 찾아왔다.
우리를 ‘지원한다’ 던 그 프로모터는, 사실 선수들을 이용하려던 브로커였다. 현재 체육관 관장 또한 그 돈으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만약 그날 비행기를 탔다면, 나는 이름도 모를 어딘가의 링 위에서 싸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싸우기도 전에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프로 데뷔는 허무하게 끝났다.



또다시 프로 데뷔는 무산되었고, 여전히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이제 진짜 복싱을 접어야겠다는 생각 했다.

'그저 평범하게 프로 테스트 합격 후에 프로 무대에 서는 무수히 많은 선수 중

왜 나만은 그 무대로 까지 가기가 너무 험난한 걸까...?'

프로 무대에 제대로 서보지도 못하고, 여기까지가 내 길인가 단념하고 나는 복싱 그만두었다.


내가 복싱을 그만두고 한참 뒤에 들려온 소식에, 서울에 다니던 체육관 관장은 브로커 혐의로 경찰에 잡혀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상황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끝까지 해보지 못한 복싱의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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