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행차
모든 길로 가 막혔다.
유일하게 진입이 가능한 행궁 일대 모든 길목이 통제되었다. 시민들의 식사와 갈아입을 옷을 실은 화물차와 버스가 화물 차량과 행사 담당자들이 탄 버스가 진입할 수 없어 길목이 모두 마비된 상황, 어린아이에서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갈아입을 옷과 식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저녁이 되며 기온이 떨어지자, 시민들은 얇은 옷으로는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고,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난 상황에도 추위와 배고픔을 감당해야겠다. 시간이 점점 지체되자! 시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거세졌다. 누가 그들을 위해 움직일 것인가. 아무런 방도가 없는 초조함 속 침묵은 계속되고 행사가 끝나 도로 통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매해 열리는 문화제, 정조왕 능행차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의 대대적인 축제이다. 나는 단순히 돈이 필요해 단기 알바로 참여한 상황이었다.
축제를 시작하는 집결지 종합운동장에는 능행차에 참여한 인원은 200명에서 많게는 400명 이상으로 추정됐다.
어린아이에서부터 관광 체험으로 참여한 외국인들까지 내가 맞은 역할은 사람들의 분장할 의복의 배분과 갈아입은 옷들을 보관하는 일이었다. 장군 무관 포졸 내시 궁녀 관리들까지 다양한 의복들이 있었고, 창과 검, 활까지 조선시대의 군을 방불케 하는 무기들이 넓은 운동장에 비치되어 있었다.
일부 배우들과 훈련된 마기수들과 배우들이 맡은 역할 말고 모두 행사에 오래전부터 신청해서 참여한 일반 시민과 관광 체험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역할이 정해진 복장을 왕과 함께 입고 행궁 주변의 성곽 일대를 걷는 능행차 행렬이었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8시까지 진행되는 행사는 행군에 가까운 거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스태프와 행사 진행 관리자 그리고 참여한 시민들까지 모두 함께 점심을 먹은 후에 출발하기로 한 일정이었다. 해마다 열리는 축제여서일까 행사가 시작되자! 당연하다는 듯이 행사 몇몇 담당자들과 이벤트 회사 요원들은 집에 가기에 바빴고 그렇게 남은 일들은 스태프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맡겨졌다. 그리고 시의 중요 담당자들은 주말을 만끽하러 자리를 떠났다.
오후 12시 출발한 시민들은 수원 일대를 돌며 행렬은 오후 20시에 종료되는 행궁의 인근 초등학교 강당으로 모였다.
강당에는 이미 도착해 있어야 할 저녁 식사와 갈아입을 사복이 도착해 있지 않았다. 행렬 중간중간 비가 오는 바람에 시민들은 다들 우비를 뒤집어쓴 상황에 저녁이 되니 기온은 쌀쌀해지고, 추위를 타는 시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행사 담당자들은 강당에서 물품을 마냥 기다리는 상황이 계속됐고, 추위와 배고픔은 어린아이들에게는 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 시간 나는 시민들의 옷을 실은 1.5톤 화물 트럭에 옆자리에 타고 교통이 통제되어 밀리는 차들 속에 묻혀 가고 있었다.
내가 탄 트럭 뒤에는 행사 시찰과 담당자들 그리고 시민들의 식사가 실린 버스가 뒤따르고 있었다.
2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시간은 7시 우리는 통제된 곳에 접근해 교통경찰분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시에서 통제하는 만큼 통제된 길목을 내줄 수 없다고 했다. 사전에 협의가 이루어진 바가 없다고 거절당했다. 화물차 운전 기사님은 지도를 보며 갈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답답해하셨다.
물자 운반 담당자는 자신이 집이 서울이라고 집이 수원 근처인 나에게 담당자의 책임을 떠넘기고 물건만 실어주면 된다고 5시 면 끝날 거라고 일개 알바인 나에게 무책임하게 일을 떠넘기고 떠나버렸다.
그 담당자가 타야 할 트럭의 옆자리에 내가 타고 있었고 나도 집에 가야 하는 상황 그렇게 도로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시간은 지체되어 시간은 7시가 되었다.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 뒤에 있는 버스에 교수님이 내리셔서 내가 있는 트럭으로 와서 도저히 진입할 수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 하셨다. 내가 행사 담당자인 줄 아시고, 나에게 답답함을 호소하신 것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는 이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아까 아침에 봤던 내시 옷을 입은 귀여운 아이들과 관광 체험을 온 외국인들이 생각났다. 귀여운 아이들이 지금쯤 배고픔과 추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일 거라고 그리고 관광 체험한 외국인들은 우리의 이 행사를 얼마나 비웃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트럭 기사님에게 지도를 줄 수 있냐고 물었다. 기사님은 흔쾌히 나에게 지도를 넘기셨다. 나는 교수님이 있는 버스 앞에서 지도를 꺼내 들었다. 교수님도 나를 따라오셨고, 나는 교수님에게 말했다. "현재 행궁 주변의 큰 길목들은 막혀서 도저히 진입이 안 된다. 이 지도를 보면 초등학교로 통하는 길목이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 차를 돌려서 탄천로를 따라 시장 골목의 작은 길로 진입할 겁니다. 교수님은 돌아가셔서 각 담당자와 버스 기사님들에게 현재 상황 전달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교수님은 버스로 돌아가셔서 각 당담자들에게 내 전파했다.
말그대로 일개 알바가 펼치는 '비공식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