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사고 싶은 물건을 앞에 두고서 악을 써도 단호하던 차가웠던 그 모습도,
아무것도 아닌 일에 미안하다며 눈물 흘리던 따듯했던 모습도,
그때의 모습들이 기억에서 무뎌질 즈음에야, 조금이나마 그녀의 뜻을 알 것도 같다.
빛바래가는 아름다웠던 모습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지금이라도 봐 둬야지, 그리곤 잊지 말아야지.
속으로 이런 다짐들을 하다가도,
영원할 리 없지만,
영원할 것만 같은 착각의 행복 속에 파묻혀 버린 나에겐,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을 그녀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바로 앞에 있을 그녀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나는, 언제쯤에야 그녀의 생각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의 생각들이 십 년도 더 지난 지금에야 짐작되는 걸 보면,
아마 나는 죽기 직전까지도 그녀의 생각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그거면 된다. 그녀의 모든 생각들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애로운 그녀의 무조건적인 이해 아래, 나는 다시 네다섯 살의 어린아이가 되어 앞으로도 이 행복이 영원할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흐릿해져 가는 의식 저편에 있을, 그녀가 심어 두고 간 추억의 교목에 기대어, 행복했던 시절을 추억하고 돌아갈 수 없는 슬픔을 어루만지며, 그녀의 품 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