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접객의 커피
많은 카페들이 등장한다. 베이커리에 방점을 찍은 카페, 에스프레소 바, 눈을 사로잡는 인테리어에 주안을 둔 카페. 접객(接客)이 떠오르는 카페가 있었나 되물어본다. 그렇다면 난 여기라고 말하겠다.
실내는 블루와 블랙의 조화로 조금 어둡게 보인다.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설 공간. 여기는 다른 의미로 편안하다. 자리에 앉으면 메뉴를 직접 가져다주신다. 메뉴는 각 음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적혀있고 마시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필터커피는 각 원두의 원산지와 컵노트가 적혀있어 결정에 도움을 준다. 주문과 결제는 직접 가서 해야 한다. 커피 역시 자리로 가져다주신다. 여기서 조금 달랐던 점은 물 한잔 역시 따라서 가져다주신다는 점. 별거 아닌 일 같지만 여태껏 다녔던 모든 카페에서 물만큼은 직접 가져다 마셨다. 요청에 따라서는 탄산수로도 가능하다. 함께 주문한 까눌레 역시 포크가 아닌 손으로 먹는 것이 낫다는 말도 함께 서빙되었다. 먹기 좋게 반으로만 갈라 주신 모양새까지 접객(接客)에 신경 쓴 모습.
눈으로 보기에는 예쁜 가구들은 종종 불편함을 준다. 테이블이 낮으면 시야가 확보돼 심미적으로 좋을 수 있으나 커피를 들어 올리거나 가벼운 독서, 노트북 활용은 어렵다. 시선을 바꿔 손님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결코 좋은 인테리어가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하나하나 신경을 쓴 모습이 이 카페의 본질처럼 느껴진다. 커피를 만드는 모습을 즐길 수 있게 적당히 개방된 커핑 공간, 카페 규모에 비해 넉넉한 화장실, 사장님의 활동하는 모습까지 노골적이지 않지만 이 곳에 들어간 수고로움들이 손님에게 전해진다.
오늘도 역시 깔끔한 필터커피. 원두 이름을 기록하지 못해 늘 아쉽다. 자체적으로 로스팅을 진행하고 협업을 하는 인천 내 다른 카페의 원두를 쓰는 경우도 있다. 필터커피의 맛 역시 클린컵이 잘 느껴지게 정성스레 잘 내려주셨다. 깔끔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커피는 조금 번잡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기 좋다. 커피 자체의 맛을 객관적으로 느끼기에 인상 자체가 깊게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카페를 가는 것에는 음료를 마시는 행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생각한다.
음료는 아메리카노에 한하여 2천 원에 리필이 가능하다.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싶어 추가로 주문하니 리필 가격으로 진행을 해주셨다. 머신은 시네소 s200으로 기억한다.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데 사장님께서 물이나 탄산수나 우유가 가능하다고 물어보신다.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몰랐으나 에스프레소와 함께 탄산수를 서빙해주신다. 첫 주문도 아니고 리필 주문에도 물의 종류까지 물어보시는 친절함이 남아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에스프레소는 기분 좋게 산미가 화사하다. 카페를 기억하는 다양한 매력 요인 중에 늘 음료가 1번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놀랍게도 친절함이 기억될 카페 "라이프에이드커피". 음료의 맛이 어설펐다는 것이 아니라 그 친절함과 커피의 맛을 구분할 수 없게 하나의 좋은 기억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