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브루잉커피와 플랫화이트
카페 "콤비커피로스터스".
문을 열고 들어가 을지로스러운(?) 인테리어에 조금 들어가기 망설인다. 테이블은 2~3인용으로 10개쯤 된다. 평일에도 공간의 반 이상의 손님이 있다. 날씨가 봄에 가까워지고 옷차림도 가벼워지는 만큼 내 커피취향도 라이트하고 산미가 넘치는 브루잉커피로 옮겨가는 중이다. 브루잉리스트는 총 5개. 커피머신 앞에서 잠시 고민한다.
첫 주문은 Costarica Farami Catuai Redhoney(4,500)
허니프로세싱 원두를 경험하고자 아이스 브루잉으로 주문한다. 원두의 맛과 향은 따뜻하게 먹었을 때 더 확연하겠지만 시원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아이스가 더 취향에 당긴다. 컵노트는 Floral, Cranberry, Orange, Cane sugar인데 첫 모금에서 시트러스한 풍미를 바로 느낀다. 코스타리카는 고도가 높지 않아 커피원두의 경쟁력이 좀 뒤쳐진다. 내츄럴이나 워시드로 승부를 보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걸친 프로세싱을 진행하면서 허니프로세싱 원두를 선보인다. 마케팅적인 요소도 많이 가미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다양한 선택지는 커피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시트러스한 향미 끝에 약간의 떫은 맛이 조화를 이룬다. 커피를 마시고 난 후에도 신기하리만큼 입에서 깔끔하게 툭 떨어진다.
이어서 한 잔을 더 먹기로 맘을 먹고 이번엔 Peru El Shimir(4,500)로 주문한다. 컵노트는 Apricot, Plum, Vanilla, Molasses. 원두를 찾아보니 워시드로 진행된 듯 하다. 자두나 바닐라의 향을 느끼진 못했지만 당미가 나는 커피다. 식후에 먹으면 좋을 정도로 산미과 당미가 입을 개운하게 하면서 목 뒤로 넘어간다. 시원한 브루잉커피를 마시면서 간만에 좀 쉬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책도 몇 구절 읽어넘기고, 다이어리나 브런치에 글을 끄적거린다. 커피만큼이나 가볍고 산뜻한 기분을 누린다.
전반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브루잉커피지 않나 싶다. 하리오 V60으로 브루잉을 하며 필터 린싱하는 것을 봤다. 정확한 원두량이나 추출시간은 모르지만 다른 카페들의 브루잉커피가 6000원을 넘기거나 원두에 따라서 상이한 것을 보면 비교적 저렴하게 브루잉커피를 즐길 수 있다.
며칠이 지나도록 계속 브루잉커피가 마시고 싶다. 입 안에 꽃이 피는 느낌은 아메리카노르 먹을 때는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브루잉 도구를 사고싶었지만 내가 그만큼 잘 내릴 수 있을 거 같지가 않다. 시간이 생기자마자 바로 콤비커피로스터스에 간다. 원두의 선택지는 여전했지만 남아있는 원두가 2가지 뿐이었다. 이번엔 Ehtiopia Guji G1 Uraga Gomoro Natural(4,500)이다. 컵노트는 Berry, Apricot, Caramel, Chocolate으로 내츄럴 특유의 말린 과일향과 당미가 기대된다. Guji 지역이 시다모에 있기에 에티오피아 시다모 원두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예가체프랑 비견되는 곳의 커피라는 후기가 인터넷에 많아 마시면서도 기대감이 찬다. 화사하게 꽃이 피는 맛은 아니다. 입안에서 베리를 머금은 듯 한 향미, 가볍게 넘어가면서 입안에 남는 향이 깊이가 있다. 마시는 내내 향이 입안에 머무른다. 오히려 너무 화사한 커피가 아니라 마시는 내내 즐거운 커피다.
아쉬운 맘에 플랫화이트를 주문한다. 오랜만에 마시는 플랫화이트는 언제나처럼 포근하다. 블랜드 구성이 퍽 좋다. 우유에도 지지않고 커피향이 풍부하다. 온도감도 좋고 거품도 사라지지 않는다. 커피는 원두도, 프로세싱도, 로스팅도 중요하지만 만드는 사람의 손도 참 중요하다. 같은 재료로도 커피는 다른 맛이 난다. 그런 점에서 콤비커피로스터스는 좋은 카페다. 손이 능숙한 사람이 내리는 커피를 만나고 싶을 때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