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커피(Creative Roasters)

의외의 장소에, 의외의 모습을 한 카페가 있다.

술집과 식당이 즐비한 건물 4층 한편에 크리에이티브커피가 있다. 건물 4층에 카페가 뭐 그리 의외일까 싶지만 이 곳은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방면에 창이 있다. 즉 밖에서 보면 홍보할만한 수단이 사라진 장소에 있다.

입구부터 좀 다르다. 주변 점포들이 화려하게 사람을 이끄려고 분주한 모습인데 여기만 어둑하게 조용하다. 조명도 어둡게 노르스름한 불빛만 비추고 있다. 내부 공간은 생각보다 넓다. 그리고 이 감춰진 공간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있다. 다들 커피 향을 찾아 이 곳을 찾았으리라. 내부엔 작지만 로스팅실도 있다. 원두를 이 곳에서 직접 로스팅하는 것뿐 아니라 커피에 담긴 원두카드를 제공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구두로 설명하는 정도도 꽤나 번거로운 일이다. 매번 카드의 디자인과 설명을 거듭해 제공하는 이유는 그만큼 커피에 자신이 있다는 반증 같았다.

커피가 묵직하게 차가운 우유 위에서 침전할 때 모습에 시선이 간다. 커피 특유의 찐득하고 고소한 맛을 상상한다. 우유와의 비율, 그릇의 선택, 얼음의 모양 참 흠을 잡기 어렵게 연구된 느낌이다. 커피맛이야 그날의 원두에 따라 취향을 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서툴지 않은 온전한 느낌이 들어서 여전히 좋게 기억하는 카페다. 개인적으로 밀크티도 좋은 기억이 있다. 핸드드립으로도 커피를 제공하는 걸 보면 커피 전반에 대한 관심이나 노력이 크게 드러난다.

한동안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없으니 더욱더 커피가 간절하다. 콜드 브루, 캔, 포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지만 커피에 맞는 잔에 내려 그 공간을 즐기면서 마신다는 행위와 견줄 수 없다. 어쩌면 커피를 마신다는 건 미각과 후각만이 아니라 시공간까지 향유하는 행위리라. 좋은 카페가 지금의 힘든 시기가 지났을 때도 여전히 우리 옆에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