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나들이랑 친하다. 딸, 딸, 아들의 삼 남매. 우리 집은 늘 복작복작하다.
누나들이 언제나 나를 놀리며 하는 말이 있다.
"네가 어렸을 때 졸졸 쫓아다니며 언니, 언니하고 다녔어"
이제는 시커먼 아저씨가 되어버린 동생이 한 때는 귀여웠다는 탄식으로 나를 놀린다. 그럼 나도 이에 질 수 없다는 맘으로 낮은 목소리로 외친다.
"언니"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엄격하셨고 누나들이 나를 살뜰하게 챙긴 기억이 가득하다. 누나들이 채워주지 못한 건 면도하는 법이나 넥타이 매는 일 정도지 않을까? 여전히 기억난다. 갓 스무 살이 된 동생을 잡이끌어 파마를 시키고 백화점에서 옷을 사입히며 건넨 말 "못생겼으면 깔끔해야 한다". 나를 예뻐하면서도 객관화가 빠른 사람들이다.
가족여행으로 베트남에 갔다. 출국하는 날 작은누나랑 면세점 구경을 하다가 누나가 지갑 하날 샀다. 직원이 여권과 신용카드를 받아 들며 신혼여행 축하한다고 했다. 그날 누가 더 기분이 나빠야 하는가로 갑론을박을 했다. 여전히 분하다. 결과적으로 내 손에 남은 건 하나도 없으니 내가 졌다.
친구들 중에도 누나 있는 애들이 많다. 비슷하게 자라온 걸 서로 느낀 건가 싶다. 그중에서도 내가 누나들이랑 제일 가깝게 지낸다. 같이 전시나 영화도 보고, 쇼핑도 같이 한다. 이런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다들 어머니 따님이랑 어떻게 노냐는 반응이다. 오늘도 퇴근해서 돌아오는 절친이랑 투닥거리다가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