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커피와 정갈한 공간
3층로비는 이름대로 3층에 자리한다. 건물의 모양만 보면 내부에 이런 공간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카페를 다녀온 뒤 이름에 대해 생각하면 로비는 보통 1층에 있는 공간일 텐데 나는 분명 3층에 있는 로비에 갔다 왔다. 로비에 있는 소파, 라운지체어, 꽃 등 로비의 인상을 카페에 잘 담아내었다. 테이블 높이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거 같은데 로비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리 잘못된 높이는 아닌듯하다. 이 공간에서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권해본다.
3층로비는 에스프레소 머신 없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한다. 케맥스를 이용해 푸어 오버로 커피를 내려서 그런가 원두의 향미적인 부분이 잘 드러난다. 드리퍼와 서버의 분리 없이 일체형으로 된 추출 도구를 사용해 그 안에 아로마적인 요소들을 잘 붙잡아두고 있어 커피를 마시는 내내 향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이런 방식과 잘 어울리는 원두들로 라인업을 구성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디카페인 원두까지 준비한 세심함까지). 방문한 날 마신 커피는 Rwanda Busanze Bourbon Washed. 강렬한 장미 같은 꽃이 아닌 흰 들꽃같이 은은한 꽃향기가 퍼지는 산뜻한 원두였다. 커피가 식으면서 시트러스 풍미가 진해지고 후미는 상쾌하게 끝나는 기분 좋은 커피에 만족스러운 기억을 담았다. 이곳이 정말 로비였다면 아침에 이 커피를 마시면서 기분 좋은 여행을 시작할 거 같은 기분이 감돌았다.
테이블마다 놓인 꽃들은 큰 창을 통해 쏟아지는 볕을 받아 싱그럽게 보이고, 커피를 담아내는 모습도 굉장히 정갈하다. 원두와 디저트가 진열된 곳과 바리스타의 모습이 너무나도 감각적이고 정갈해 슬쩍슬쩍 구경하는 맛이 있다. 로비에 있는 전시된 조형물이나 그림을 바라보는 기분을 연출하고 싶으셨던 걸까.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인상적인 매력을 품은 카페임에 틀림이 없다. 이 근방에 커피에 진심인 카페들이 많지만 이곳만의 개성이 뚜렷해 다음번 이 골목에 들어설 때 고민이 더 깊어질 거 같은 예감이 든다. 가방이 있는 손님을 위해 손수 러기지 랙을 펼쳐두는 친절한 마음까지 생각한다면 재방문은 조만간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