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모델명에 관하여
'엘도라도'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황금이 넘쳐난다는 전설 속의 도시 이름이다.
16세기 스페인 제국이 '아메리카'라는 신대륙을 발견한다. 세계는 거대한 판으로 이뤄져 있기에 바다의 끝에는 끝없이 떨어지는 절벽이 있다는 공포심이 존재하던 시기. 생사를 넘나드는 장기간의 고된 항해 속에서도 신대륙을 향한 갈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혹시 '엘도라도'때문은 아닐지?
'신대륙 발견'은 사실만을 매우 건조하게 함축하고 있는 '다섯 글자'에 지나지 않지만, 의미를 따져보면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엄청난 크기의 사회적 충격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생생한 현실처럼 상상해 보자.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로 "여러분, 드디어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인류와 비슷한 지능이 있는 생명체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GMT 17:35 그들과 처음 조우한 사진입니다!"라고 발표를 한다면?(사진 속에는 얼굴의 반을 가릴 만큼 커다란 검은 눈을 가진 기묘한 생물이 찍혀 있고, 그 배경으로는 황금색으로 반짝거리는 평야가 보인다.)
아마 향후 몇 년 동안은 새로운 희망과 미지의 공포로 각종 가설이 만들어지며 세상이 떠들썩할 것이다.
2019년 GM초청 미국 행사에서 'GM 헤리티지 센터'를 방문했다. 미국 미시간주 외곽 조용한 주택가 속에 자리 잡은 이곳은 세계 각국의 자동차 박물관 혹은 전시관을 방문해 본 경험이 있는 나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뭐랄까. 수집광의 애정이 듬뿍 담긴 오래된 보물창고를 몰래 보고 나온 기분이랄까. 웅장하고 화려함은 없지만, 내용 면에서는 확실히 그랬다.
GM 헤리티지 센터의 입구에는 1957년 캐딜락에서 생산한 '엘도라도' 브로엄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GM 산하의 차들에는 유난히 지역명에서 기원한 것이 많다. 국내에 최근 출시한 쉐보레 타호도 그렇고, 쉐보레 콜로라도도 그렇다. 물론 캐딜락의 엘도라도는 실존하지 않은 지역명이긴 하다.(아직까지는.)
흐르는 강물조차 금으로 흐른다던 이상향의 황금의 제국 엘도라도. 단어를 입 안에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움이 상상된다.
캐딜락 엘도라도는 그 이름에 걸맞게 1957년의 생산된 자동차임에도 매우 특별한 자동차였다. 1957년 400대 수작업으로 생산, 1959년에 단종될 때까지 총 700여 대만 제작되었다. 당시 판매가는 약 13,000달러로 영국 롤스로이스 최고급 모델과 비슷한 가격이었다.
풍문에는 높은 생산단가 덕에 팔 때마다 10,000달러가 손해가 났다고 하는데, 믿어야 하나요?(아시는 분 있으면, 답변 부탁합니다.) 어쨌든 엘도라도에는 당시로써는 개념조차 생소한 고급 옵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예컨대 메모리 시트, 크루즈 컨트롤, 파워 윈도, 에어컨, 트랜지스터 라디오라든가, 심지어 최근 출시되는 차에도 선택적으로 장착되는 에어 서스펜션까지. '엘도라도'라는 이름값은 충분히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차도 지역명을 넣어보면 어떨지? 현대 한강(아파트 이름 같다). 기아 서울(쏘울은 괜찮은데, 서울은 어색하다.). 핵처럼 강한 차, 현대 풍계리. 아무래도 어색한 조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