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를 할까,말까.
‘내가 정말 무모한 짓을 했구나!!’
마치 ‘곧 뜨거운 여름이 올거야’라고 암시라도 하듯,
6월 늦은 오후의 붉은 햇빛 속에 숨을 헐떡이며 나는 생각했다.
‘10km라니. 10km를 한번도 뛰어본 적이 없는 내가 도대체 왜! 10km를!’
고작해야 5분 뛰고 숨을 헐떡이면서 정말 말도 안되는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마라톤을 준비한다.
풀코스를 뛰겠다는 아내의 신청서를 대신 작성해주며, 나 역시 특별한 생각 없이 10km 코스 신청서를 냈다.
‘같이 달리면, 아내에게 기념이 될만한 사진을 찍어줄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선의가 그 시작이었다.
비록 오래 달려본 적은 없지만, 나는 체력적으로 우위의 남자 아닌가. 여자인 아내는 42.195km를 달린다. 10km정도라면 1/4정도니까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래되었지만, 아침마다 꾸준하게 3km 조깅도 뛰어본 적이 있다.
‘3km나 5km나 10km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었다.
10km 정도는 연습만 하면...
달리며 나는 생각한다.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무책임한 생각이다.하지 말았어야 했다. 정말로.
대회를 1년이나 앞두고 참가신청을 한다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기한은 무한한 긍정 혹은 신기루나 환상을 만들어 낸다.
현실감 없는 상상이다.
‘42km는 힘들더라도, 10km정도는 연습만 하면 같이 뛰면서 사진 정도는 찍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하다. 언젠가 인류는 화성에 갈 수 있듯이.
상상하면 현실이 될 수 있지만, 분명한 건 내일은 아니다.
냉정히 생각해 보건대, 참가비 200-300여불만 포기하면 된다.
얼굴에 철판을 두르고, 아내에게 솔직하게 말할까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나에겐 무리야. 나는 골인 지점이나 칼라카우아 에비뉴 쯤에서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는 편이 아무래도 낫겠어.’
포기하면 간단한 문제다.
아니면, 달리고 걷다가 마지막 골인을 장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호놀룰루 마라톤은 시간제한이 없다. 어설프게 후미의 무리에 끼느니, 완전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6월이다.
대회까지 남은 날은 200일도 채 되지 않는다.
포기하기엔 이르다.
일단 당분간은 달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