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충을 해결하라고 돕는 것도 복지.
젊을 적 주말부부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직장이 집에서 먼 곳에 있으면 흔히 생기는 현상입니다. 아이가 어리거나 지금처럼 다 커서 독립하면 모를까,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으면 그때마다 이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몇 년 정도는 이렇게 주말부부를 했습니다.
혼자 생활하다 보면 가장 불편한 것이 바로 숙식(宿食)입니다. 따로 거주할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다행히 병원에서 숙소를 제공하면 좋지만, 사실 그런 편의를 제공하는 곳은 생각처럼 많지는 않기에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제게 숙소를 어디에 마련하느냐가 주요 관심사입니다.
식사 또한 또 다른 고민거리입니다. 점심이야 대부분 직장에서 제공하기에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아침과 저녁은 내내 머리에 부담 거리로 남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한 끼 정도는 건너뛴다 치더라고 남아 있는 한 끼가 내내 문제거든요. 마치 하루하루 주어진 숙제처럼 내게 다가옵니다. 아내가 들를 때마다 반찬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취사도구도 마련했지만 퇴근해서 손가락 하나 꼼짝하기 싫은 날에는 그도 저도 다 쓸데없는 물건 취급당하기 십상입니다.
자연스럽게 커피나 끼니를 때우러 혼자 식당을 찾는 일이 일상화되었습니다. 특히 퇴근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 봤자 분식집이나 중국집, 설렁탕집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찌개를 먹고 싶은 날에는 살짝 문제가 생겼습니다. “1인분은 안 되고요!” 그렇다고 2인분은 안 될 일이, 분명 먹다가 남길 것이고 혼자 먹겠다고 2인분 값을 치른다는 것도 살짝은 억울한 일이어서 그냥 포기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결국은 다니던 식당만 다니는 일이 반복되게 되지요.
그런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늘 느끼는 생각은 “왜 1인분은 안 되지?”였습니다. 부대비용이 더 많이 들어 남는 게 없다는 이유를 대지만, 음식을 제공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면 방법이 왜 없겠냐는 게 제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이익도 이익이지만 사실 본인들이 귀찮고 일손만 더 들어간다는 핑계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1인분의 찌개나 뚝배기를 제공하는 식당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식당을 선택할 때의 고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손님이 많아 줄 서는 식당에 갈 것이냐, 번잡하지 않은 조용한 식당에 갈 것이냐입니다. 대단한 맛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을까, 왠지 가지 않으면 내내 뇌리에 남아 아쉬움만 커지지 않을까, 아니야 실망만 남을지도 몰라, 그런 고민 말입니다.
그런 고민의 바탕에는 내가 낸 음식값이 아깝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개개인의 입맛이 평가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진 않겠지만 최소한 보편적인 판단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 고객의 요구에 맞추려면 단순히 한두 가지의 덕목만 가지고 요식업에 뛰어들면 안 될 일입니다. 이는 몇십 년 전부터 노포(老鋪)라는 타이틀로 하나의 아성을 이룬 식당과는 개념이 다릅니다. 그들은 이미 이루었고 저들은 이루어야 하기에 그들의 노력 이상으로 힘이 드는 것입니다.
"나"라는 사람도 맛나다, 괜찮다는 평가를 받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청년의 때와 중장년의 때에는 힘이 있고 열정이 있기에 좀 더 나은 평가를 얻을 기회가 많아서 인생을 살아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마치 가게를 운영하는 것처럼 그 힘든 시간을 잘 버텨내는 여력이 있다면, 그것이 희망이고 그것이 여유일 것입니다.
다만, 저 사람보다 나는 아무래도 못난 거 같아! 그 사람보다는 내 능력이 떨어지지!라는 자괴감만 없다면 그래도 인생! 살아볼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