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깜박 내 기억

내가 그랬었지? 아하.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네이버) 이럴 때 종종 있으시죠?

요즘은 어떤 내용에 대해 글을 정리하다 보면 "아 참! 전에 언급한 내용이었지!"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다 작성하고 나서야 깨닫는 경우가 있고, 도중에 깨닫고 후다닥 작성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이 든다는 싸인 중의 하나가 한 얘기 또 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하지요? 그것이 추억이 아니라 잔소리가 되고 듣기 싫은 소리가 되는 순간 나의 나이는 중년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묵상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전통이 있다고 하는 묵상지(默想誌)의 경우 성서 66권을 몇 번이고 재탕 삼탕 묵상을 반복했을 텐데 같은 본문을 놓고도 묵상의 내용이 새로운 경우가 많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아마 필진(筆陣)이 바뀌고 그때그때 메시지가 성령님의 간섭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황이 같고 배경이 같아도 그날그날 느끼는 감정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받아들이는 내 감정의 선이 다르고 주변 상황이 다른 감정을 유발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 사는 일이 지겹지 않고 늘 새로운 모양입니다.



방금도 출근하는 길에 중학교 여학생들의 교복을 보면서 떠오르는 단상이 있었는데 거슬러 생각해 보니 한 번 언급한 것 같아 후다닥 지웠습니다. 사람의 기억이 이렇게 유한합니다. 아나 한참을 지나 내 마음밭이 달라지면 그냥 적어 둘 걸! 그냥 적어 두었다가 고칠망정 써둘 걸 그랬다! 후회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기장을 확인하다가 작년 이쯤에 책장을 정리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사실 공간만 차지하는 책은 다시 보기가 거의 불가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실제 책꽂이에서 다시 꺼내 다시 보는 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오늘 글을 쓰다가 생각하니 그냥 놔둘 걸 그랬나? 조금 번잡해 보여도 나중에 없앨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필요하면 e-book으로 가리라 맘먹은 그 결심이 하루에도 몇 번을 뒤집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건 서두의 말처럼 내 감정선이 조금씩 다를 때마다 특정 책을 반복해 읽는 것도 나름 괜찮을 터 너무 성급하게 없애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나 교수님들의 서가에 사다리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내가 내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거 같아도 이렇게 상황에 따라, 내 기분이나 느낌에 따라, 더 나아가 주변인의 배려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 삶에,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신다는 확신, 그리고 좋은 추억들만 가득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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