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위급할 때 더 궁금합니다.
당연한 얘기인데 전문의 취득 전에는 반드시 전공과목에 대한 수련을 받게 되는데, 저 수련받을 때 지도교수님 서너 분이 우리를 가르치셨습니다. 그런데 그분들 성향이 모두 다르셔서 서로 미묘하게 조합하여 지금의 나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 요즘입니다. 제게는 큰 복(福)입니다.
마취과라는 과가 마취도 신경 써야 하지만, 수술 진행되는 것까지 보고 판단하고 대처해야 하는 과이기에 자칫 시야가 좁으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마주치기 딱 좋습니다. 가장 senior 교수님은 병원장으로 영전을 하셔서 제 수련 기간에는 행정으로 전념하셔서 과에는 계시지 않았고, 대신 주임을 하시던 교수님이 우리 수련을 총괄하셨습니다. 이 교수님은 일단 시야가 넓습니다. 거기에 예측까지 잘하십니다. 하지만 엄청 다혈질이셔서 조그마한 틈도 놓치지 않으시고 바로 소리부터 치십니다. 다행인 것은 전신마취 때에만 소리를 지른다는 것입니다. 그 교수님과 응급상황을 정리하고 나면 혼이 쏙 빠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내 머리에 잘 남아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 교수님은 어느 상황에서도 절대 흥분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야! 이 녀석아!’라는 말이 나오면 그건 화나셨다는 표시입니다. 그 교수님 지론은 마취과가 놀라고 허겁지겁하면 간호사는 물론 외과팀까지 놀라니 흥분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흥분하나 안 하나, 처치할 때까지의 도달시간은 차이가 없다! 그런 지론입니다. 그 교수님과 응급상황에 임하면 차분하게 순서대로 처치할 수 있습니다.
다른 교수님은 잔소리가 많으시죠.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그 교수님은 쉽게 말해 짜증이 많습니다. 약이나 보통의 처치로 쉽게 해결된 상황에서도 우선 짜증을 내고 혼부터 내는 스타일입니다. 그렇다 보니 그 교수님이 수술실을 한 바퀴 돌면 우리 전공의들은 잔뜩 긴장부터 합니다. 별 지적사항 없이 지나가면 그냥 씩 웃습니다. ‘휴,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잘하게 짚어주는 분들도 가끔 필요하기는 합니다.
이런 분 밑에서 배운 나는 과연 어떤 스타일인가? 요즘 들어 뒤돌아보는 시간이 간혹 생깁니다. 직원들에게 내 스타일이 어떤지 물어보기도 하고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묻기도 합니다. 다행인지, 아니면 내 앞에서 불편을 이야기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다지 나쁜 얘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나는 어떤 스타일인가? 확인받고 싶을 때가 있긴 합니다.
어떻게든 내가 나를 판단이라도 해볼 터 결론적으로 제가 판단하는 제 스타일은 당황하지 않는다!입니다. 가슴속에는 어쩌지? 어떡하지?라는 마음도 분명히 있지만 그럴수록 침착하려고 무척 애를 씁니다. 며칠 전만 해도 마취하고 수술을 막 시작하기 전 뜻밖에 혈압과 맥박이 갑자기 떨어져서 처치한 후, 수술을 연기시킨 일이 발생을 하였습니다. 체위를 바로 하고 처치하여 원상복구는 되었지만, 수술을 진행하기에는 원인 규명이 먼저인 것 같아 수술을 연기하자고 결정하였습니다.
마취과가 이런 과입니다. 심지어 수술을 결정하는 데도 어느 정도 관여해 주어야 합니다. 결국 외과의가 수술하는 동안 수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취과는 마취만 하면 될 일이지 무슨 수술까지 이래라 저래라얏! 한다면 답은 없습니다. 마취하는 동안은 마취과가 주치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