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도 힘들답니다!
사실 경찰서나 법원, 검찰청과 함께 어지간하면 가지 말아야 하는 곳으로, 병원이 지목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 위압적인 분위기는 물론 내 병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기다려야 하는 초조함,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지만 코끝을 찌르던 쨍한 소독약 냄새 등등 싫은 이유는 너무도 많습니다.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의원급은 그 공포의 강도(强度)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애초부터 증상 자체도 가벼운 환자를 대할 뿐 아니라 직원들의 마음가짐도 상대적으로 유합니다. 하지만 질환 자체가 병원급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면 병원의 크기에 비례해 환자의 부담감도 덩달아 커집니다.
며칠 전에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50대 여자분이 입원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병력은 없었지만, 주사에 대한 공포(첨단공포증, 尖端 恐怖症, needle phobia or trypanophobia)가 너무 심해서 링거액용으로 주사를 놓을 때 너무 힘들어 벌벌 떨었다는 인계를 받았습니다.
마취는 전신마취라서 그나마 나은데 문제는 수술 후 통증 조절을 위해 마취 전에 시행하는 신경 차단술에 있었습니다. 주사를 통해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정은 어차피 둘 중 하나입니다. 하느냐, 마느냐. 하자니 바늘이 무섭고, 안 하자니 수술 후 통증이 걸립니다. 다행히 설명을 잘해드리고 주사가 들어가는지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잘 되어 눈물이 맺힐만할 때 주사의 모든 과정이 끝났습니다.
반면 수술받은 후 회복실에서 간호해 드리다 보면 간혹 직원들에게 함부로 하는 분이 있습니다. 두려움에 대한 반발 행동으로 그렇기에 일부 이해는 하며, 간혹 수술 후 섬망으로 그런 분도 있기에 이해하지만, 일부 의식이 모두 돌아오고도 도(度)를 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 또한 며칠 전의 일입니다. 제 부서의 직원 중에 환자에게 머리를 가격 당하여 입원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몸에 문신이 가득한 환자를 제어하다가 직원의 인대가 상하고 그것도 모자라 욕하고 침 뱉고 제 손에 멍이 드는 일까지 발생하였습니다. 아마도 형태는 다르겠지만 외래나 병동에서는 더 빈번하게 일어나겠지요.
저를 비롯하여 제 동료나 직원들의 고충은 다름 아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입니다. 욕설과 폭력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는가, 아니면 맞서야 하는가? 맞서지 못하면 억울할 일이요, 맞선다면 아픈 사람을 상대로 몹쓸 짓을 한 파렴치한 정도로 몰릴 일입니다. 폭력으로부터 의료인을 보호하는 법이 제정됐다고는 하지만 결국 사후약방문으로 끝나는 일이기에 이는 의료인뿐 아니라 고객을 상대하는 모든 직종에 해당하는 애로입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정말이지 수많은 감정의 선 들이 교차합니다. 심신(心身)이 완전치 못한 분들에게 대처할 수 없는 심정도 그다지 좋지는 못합니다. 이는 우리 어릴 적 가운이나 유니폼 입은 분들만 보면 “아저씨, 주사 놓네.”라며 애들을 겁주는 그런 기분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냥 조금만 더 배려해 주십사 부탁하는 것입니다. 환자나 보호자들은 병원의 불친절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직원들도 항상 그렇지 않습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거란 말씀입니다. 이런 대접받을 때마다 최소 며칠간은 직업에 대한 회의는 물론 내가 괜히 그랬나 싶어서 자책도 하고 눈물과 후회가 남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럴 땐 우리도 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