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도화지

그리고 하얗고 검은 구름들.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자연과 더불어) 여름만의 특권이겠지요.


모든 몸이 나른한 여름 한낮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지 몰라, 생각하기로 한참을 보내고 난 후에 지쳐서 누운 평상 위, 하늘에는 파란 바탕에 하얗게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너무나 예뻤던 기억이 갑자기 났습니다. 몽글몽글한 구름이 햇빛을 받아 더 하얗고 풍성해 보일 때쯤 발끝 저 멀리서 거짓말처럼 솟아오른 먹구름이 그 무게를 못 이겨 순식간에 소나기를 쏟아내던 늦여름 말입니다.


소나기가 왔다는 것은 오후 그것도 늦은 오후임을 뜻한다네요. 과연 소나기라는 말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궁금해졌다가 이내 호기심을 접었습니다. 그 기원이 무엇이든지 간에 달궈진 대지를 식히면 그걸로 되었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밖에 나갔다가 급할 게 없으면 어디로 몸을 숨겨 비를 피하기도 하고 그냥 어린 마음에 쫄딱 젖은 채로 집에 왔다가 엄마에게 된통 혼난 적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왜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리도 선명해지는 걸까요! 담장에 걸친 장미 그 색깔까지도 내내 기억의 숲에서 기어 나오고 심지어 골목 어귀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초겨울 밥 짓는 냄새 너머 빨간 노을의 강렬함까지도 내내 뇌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컴퓨터의 저장공간이라면 이미 용량초과로 더 이상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을 어릴 적 추억들입니다.


길어야 100미터도 채 되지 않던 골목에서 큰 소리로 부르면 너나 할 것 없이 튀어나오던 꼬마 친구들. 코 흘려도 부끄러움 하나 없고 다쳐 울어도 창피함이란 없던 그 시절의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낼까요?




이제 내 나이 장래 꿈을 먹고살기보다는 서서히 추억팔이를 하는 나이로 진입합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자리를 펴고 앉아 누구 하나 앉혀 놓고 옛이야기를 할 나이도 아닐 터, 내게 맞는 꿈 몇 개 정도는 펼칠 계획을 한 번 세워 볼 일입니다. 계획을 성취해도 좋으려니와 목표를 이루려 기를 쓰기보다는 한 발짝, 한 발짝 지긋이 땅을 밟는 심정으로 나아가야지 싶습니다. 그래야 수채화처럼 맑은 노년으로 진입할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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