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부담되는 이 자리.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고 난 후 영광스럽고 좋다는 감정 뒤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이라면 단연코 글을 열심히 써야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동안 습작으로 썼던 글도 정리하고 다듬으면서 또다시 생각이 정리되면 글 하나를 완성하는 과정을 겪다 보니 나만의 글 창고에 넉넉하게 쌓아 둘 정도는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처럼 길이가 일정 분량 연속되는 것도 아니요, 짧은 수필로 일상에서 느끼는 소고(小考)를 다루다 보니 그런 결심이 초지일관 계속되지 못하고 창고에 쌓인 글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중입니다.
이는 ‘글쓰기가 결심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셈입니다. 애당초 쉬울 거라 상상조차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렵기만 한 일은 아닐 거란 자만심도 어느 정도는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지만, 그 여유로운 기간에 사정이 극적으로 좋아진 건 없습니다.
그나마 내가 위로받을 수 있는 형편이랄까? 핑계를 대자면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껏해야 업무 중간중간에 생기는 시간을 잘 분배하여 글을 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손과 발이 바쁜 날에는 펜 한번 손에 넣기가 버거운 게 사실입니다. 그 와중에 내놓는 글이니만큼 나름대로 뿌듯함도 있고 한 편으로는 시냇물처럼 글 깊이의 얕음에 스스로 불만족스러움도 만만치 않습니다.
울컥울컥 전업 작가들은 참 좋겠다 싶은 날도 있지만 이내 창작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죄송한 마음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사실 이 ‘전업’이라는 단어는 이렇게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존경의 대상임은 분명합니다. 요즘은 그냥 내 생각의 한계려니 생각하며 살살 부러움을 달래는 중입니다.
무엇을 하면 보람을 느끼며 살 것인가? 평생을 의업(醫業)이 내 본분이요 보람으로 여기며 살아왔지만, 저도 사람이라 가끔 밀려오는 회의와 지침(피로)을 이렇게 글쓰기로 풀어냈습니다. 내 마음이 이렇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산다는 내용이다 보니 내 글이 읽을 만한 것인지 또는 뇌리에 새길만한 것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 몇십 년을 보냈습니다.
무슨 보상을 얻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출간(出刊)을 염두에 둘 정도의 필력(筆力)도 더욱 아니니 이대로 즐기다가 가면 될 일! 굳이 책임감이나 의무감으로 맞을 일은 아니다. 그런 생각으로 하루를 맞습니다. 글의 소재가 없으면 없는 대로 며칠을 쉬다가 문득 생각이 떠오르면 다시 하나를 쓰고 그리 지내다 보면 하나가 둘이 되고 제법 창고에 곡식 쌓이듯 제법 든든해지겠지요.
어제는 내 글을 한번 뒤돌아볼까 싶었다가 행여 삐뚤어진 행보일까 두려워 잠시 생각을 고이 접었습니다. 그것이 글 쓰는 작가님들을 존경하는 이유가 됩니다. 아무리 내 생각을 내 마음을 포장하고 분칠 하여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이는 마치 여성이 민낯을 드러내는 그 창피함 이상일 수도 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약주가 그 효능을 제대로 보이려면 재료가 좋아야 하고 기온도 맞아야 하며 세월이 흘러야 하듯, 내 안에 재주는 있는가? 나를 잘 북돋우며 사는가? 무엇보다도 조급함으로 나를 대하지는 않는가? 늘 묻고 대답하며 살아갑니다. 아마도 내가 하늘나라에 갈 그 순간까지도 명확한 답은 얻지 못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