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는 소회
이 땅 위의 수많은 직장인 중에 휴일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일에 치여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일 때 시원한 청량음료처럼 하나씩 나타나는 휴일은 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좋은 날입니다. 사실 저부터가 그러합니다. 설령 꽤 멀리 여행을 떠난다 해도 그다지 피곤한 줄도 모를 정도의 꿀맛입니다. 내가 필요해서 쓰는 연차나 월차의 맛과는 사뭇 다르다고 해도 괜찮을지는 모르겠지만 새해 달력을 받으면 반드시 확인하게 되는 휴일의 개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선물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한동안은 토요일은 쉬는 날이 아닌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른들은 그런 날을 반공일이라고 불렀지요. 그러던 게 주 5일제가 실시되고 온전하게 쉬는 날이 된 지가 그다지 오래전 일은 아닙니다. 시행 초기만 해도 근로 시간이 줄어드는 데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가뜩이나 나라 경쟁력을 키워야 할 시점에 토요일을 쉬어버리면 뒤처지는 거 아니냐는 반대의견이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공공의 방송 뉴스거리나 정부의 내용이고 의견일 뿐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많았고 지금은 토요일에 일을 한다는 생각은 자영업자를 제외하고는 잘 하지 않습니다.
수련을 받아야 하는 전공의 시절에 주말 당직은 물론, 휴일 및 명절의 당직은 만나고 싶지 않은 일 중의 하나입니다. 거기에 덧붙여 일복이라도 터지는 날이면 사뭇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차라리 당직이 끝난 월요일이나 다음날이 오히려 후련하고 시원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아, 다 지나갔다. 당직을 마쳤다는 가벼움이 밀려옵니다. 이러한 느낌이나 감정은 현직에 임하는 요즈음도 매한가지입니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요즘은 “얼마나 급하면 이런 날, 이런 시간에 수술하겠니?” 싶다는 점입니다. 이미 선택의 여지는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그리 생각하면 당직에 대한 마음이 애초보다 훨씬 여유로워집니다. 미세하게 달라진 점을 하나 더 손꼽아볼까요? 이제 내 나이의 시간이 흐르고 흐르더니 이제는 당직이나 휴일이 지난 후의 후련함이 없어졌습니다. 누군가 대신해 줄 사람이 없이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근무 환경 때문입니다. 급기야 이 휴일이라는 날이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다음날 출근하면 밀린 수술이 이만큼 쌓이기 때문이죠.
내 생각이 어떻든지 간에 시간은 가고 수술은 끝을 볼 테니 그러면 됐다 싶은데 문득 어둑해진 퇴근길을 걷는 기분은 묘하기 그지없습니다. 일찍 퇴근한다고 한들 운동하고 씻고 잠시 쉬다가 잠자는 일의 반복일 뿐 여유로운 시간에 그 시간을 즐길 만한 그 무엇을 계획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시간을 일에 뺏긴다는 게 살짝 억울할 뿐입니다.
그래도 요즈음은 감사할 일이 하나하나 늘어가는 중입니다. 60세가 넘어 건강이 유지되고 덕분에 일할 수 있음이 그 처음입니다. 물론 자잘하게 혈압도 높고 당뇨도 생겼지만, 이마저도 없었다면 나는 삶을 멋대로 살았겠지요. 부디 이 건강을 지킬 수 있기를, 내가 힘닿는 대로 일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중입니다. 젊은 날에 비해 운동에 열심을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내 삶의 끝을 알 수는 없지만 설령 그날이 온다고 해도 이제 편하게 지내라는 뜻일 테니 억울할 일도 아닙니다.
이번 주는 추석이 끼어서인지 내내 바쁩니다. 혼자 하루 10~15개가 넘는 수술을 마취하며 다녀야 하니 여간 분주한 게 아닙니다. 이렇게 다니다 보면 조금은 한가한 시간이나 날이 있겠지 싶어서 그냥 견디기도 하고, 이렇게 펜대를 굴리는 일로 약간의 열기를 분출하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이놈의 명절 좀 없애면 좋겠다는 푸념을 다 했을까요? 저의 이 푸념과는 관계없이 다른 분들의 추석, 특별히 여러분들의 명절은 좋은 날이었으면! 바라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늘 그렇듯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