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한가위
올해 2025년의 추석은 개천절과 한글날, 주말이 겹친 데에다 대체공휴일까지 주어지다 보니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우리 병원이야 대체공휴일은 근무를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휴일에 조금의 여유가 있겠거니 싶어 지필묵(紙筆墨)을 준비해 놓았건만 연휴가 시작되고 거의 사흘 만에야 이렇게 끄적이는 부지런함이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음식을 준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으나 날이 갈수록 그것도 아니요, 가야 할 고향이 저 멀리 있어 거리에 버리는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닌데 글을 만지는 시간은 물리적인 결핍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단언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다고 해서 글이 길어지거나 많아지는 건 아닙니다. 확실히 이번 명절에 그 진리를 확증하고 체험한 셈입니다. 뇌리(腦裏)의 생각이나 느낌이나 감정이 넘치고 흘러 주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고개를 살짝 들어 찾는 시늉 끝에라도 하나 남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다릅니다. 과거 어릴 때, 교통이 여의(如意)롭지 않고 심정적으로 고향과 멀던 시절에야 명절이 좋은 구실 거리가 되어 가족끼리 모이는 매개체가 되었겠지만, 요즘은 상황이 좋아져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모일 수 있는 시절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세대가 바뀌면 명절의 의미가 퇴색하다 못해 그 존재의 의미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맥락일까요? 요즘은 가게나 상점들도 명절이라 하여 무조건 문을 닫지는 않습니다.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불편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혼자 명절을 맞아야 하거나 가족끼리 맛있는 걸 찾다 보면 문 연 곳을 찾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종업원들이 서로 돌아가며 근무하고 아니면 점주가 가족끼리 감당하기도 하는 등, 이러한 세태를 정착시키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격세지감입니다.
저는 그냥 양가 어른들을 뵙고 오는 정도의 선에서 명절을 보낼까, 생각 중입니다. 어르신들의 건강이 예전과 같지 않아서 걱정이기도 하고 이런 명절을 몇 번이나 같이 보낼 수 있을까, 셈해보는 과정이 조금은 아리기도 하지만 90을 넘기시거나 가까운 연세이다 보니 준비는 하고 있어야겠지요. 세월이 참 덧없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참 감사하다 싶고, 단 한 번이라도 부모님의 입장이 되어 세월을 만져 본 적이 없으니, 이것이 불효라고 해도 목청껏 반박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마음을 하늘도 알았을까요? 이번 추석은 유난히 비가 잦습니다. 맑은 하늘도 못 보고 보름달도 못 보고 지났습니다. 게다가 명절에 구경하던 송편은 물론 관련된 음식도 제대로 준비가 되지 못했습니다. 워낙 부지런하신 장모님 덕분에 이래저래 대접만 받다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장인어른은 지금이 추석인 줄 아실까요? 이래저래 올해 추석은 내 마음에 저장하기 힘든 그런 날입니다. 마음이 쓰리고 안쓰러운 날이 지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이런 글을 쓸 날이 곧 다가올 것만 같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