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가족을 잃을 뻔한 기억
어릴 적 하기 싫었던 일 중의 하나가 때맞춰 연탄을 가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적어 놓으니 대부분 내가 도맡은 것처럼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어쩌다 한두 번인 것은 안 봐도 아시겠지요. 뜨거운 열기, 매캐한 냄새, 구멍을 잘 맞추는 일, 겨울 초입에 연탄을 떼어올 때 나르는 일 등등 참 추억이 많은 물품입니다.
일일이 아궁이 찾아 넣어두기도 하고 추운 날 아랫목을 찾아드는 일은 연탄보일러로 대체되면서 더 나아가 보일러로 발전하며 형편이 많이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손이 전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2 때 겨울입니다. 11월에서 12월로 넘어가는 무렵 자정 넘어 2시쯤이나 되었나? 갑자기 집안이 부산해졌습니다. 일어나 보니 부모님께서 2층에 있던 동생들과 하숙해 계시던 선생님을 업고 내려오시는 것이었습니다. 택시도 잘 안 잡히던 시절, 게다가 통행금지라는 것이 걸려 어떻게 할 수 없던 시간. 부모님은 정신없이 동생들을 업고 당직병원을 찾아 나섰습니다. 찾아낸 병원은 걸어서 20~30분이 걸리는 거리였고 그 거리를 한걸음에 달려가셨습니다. 연탄가스 중독이었습니다.
다행히 빨리 발견해서인지, 병원 도착해서 산소를 연결하고 수액도 달고 나서 좋아졌지만 조금만 늦었더라면 저를 제외한 슬하의 자식을 모두 놓칠 수도 있었던, 생각하기도 싫은 순간이었습니다. 만약에 ‘통행금지’라고 순경이 잡으려고 하면 주먹이라도 한 대 날리고 갔을 거라던 아버지. 지금은 그때를 기억이나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일산화탄소는 산소보다 250~280배 정도 더 쉽게 헤모글로빈에 달라붙습니다. 그다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시겠죠? 산소부족에 노출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심령도 좋지 못한 것에 더 쉽게 노출될지도 모릅니다. 연탄가스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 안에 들어오지만, 그 차이는 깨어있을 때와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