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만난 한 모녀(母女)

정작 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by 김욱곤
다운로드.jfif (이미지출처:서누맘이 사는 이야기) 응급실은 문 앞에만 서도 주눅이 들죠.


아마 1990년 후반쯤의 일로 기억합니다. 근무하던 병원에서 하루 응급실 당직을 부탁받아 근무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다지 분주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평안하지도 않은 수요일 저녁 8시가 조금 넘어 20대의 여자 한 분이 119와 함께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습니다.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떨림, 그리고 말로 표현되지 않는 조바심이 양껏 묻어났습니다.


이동용 침대 위에는 엄마로 보이는 분이 누워 계셨는데 왠지 느낌이 왔습니다. 얼굴은 퍼렇고 약간은 핏기가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모니터링을 해보니 아닌 게 아니라 혈압과 맥박도 없고 호흡도 없습니다. 바로 기관내삽관을 하고 이래저래서 심폐소생술을 합니다.라는 설명을 하고 바로 소생술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가슴에 심장 수술을 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모니터 하며 보았던 흔적이 신경이 쓰였는데 아닌 게 아니라 5년 전에 판막 수술을 했답니다. 오늘은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야 하는데 기차 시간에 늦어 거의 뛰어가다시피 했고 잘 따라올 줄 알았던 엄마가 안 따라오더래요. 뒤돌아봤을 때는 이미 저만큼 뒤에 엄마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계속한다는 건 큰 의미가 없을 듯했습니다. 큰 성과가 없이 30여 분을 지속하던 심폐소생술을 조금 쉬어가야겠다 싶은 순간 딸도 조용히 부탁하더군요. 됐어요. 선생님! 그냥 엄마 보내 드릴래요.




응급실에서 나갈 때까지 내내 ‘엄마 미안해 엄마 미안해 나 때문에!’라며 울음을 그치지 못하더군요. 내 나이 나름 젊었던 그때 딸의 서럽던 그 울음이 당사자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진심으로 느끼지 못한 그 감상이 이제 와 새삼 떠오르는 이유를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아마도 내 임시저장소에 잠시 머물렀다가 진심으로 느낄만할 때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엄마를 그렇게 보낸 딸은 요즘 어떻게 지낼까요. 지금은 40세를 훌쩍 넘기고 거의 50을 향해 가겠군요.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간이 되면 가끔 그때의 생각이 간혹 간혹 납니다. 안타까운 모녀(母女)가 말입니다.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없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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