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01도 보내고! 내가 왜 그랬을까?
직장 남자 직원이 저를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본 순간 들고 있는 물건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가벼운 탄성을 질렀습니다. 어제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매했다면서 필름 카메라 하나를 들고 있었습니다. 아사히 펜탁스였는데 기능을 살펴보느라 정확한 모델명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코닥 필름을 넣었다며 그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가 크다고 흥분하며 말하고 있었습니다.
27살이 되던 해, 월급을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니콘 카메라를 하나 샀습니다. 1988년에 출시되었던 걸로 기억하는 F-801 모델입니다. 사진에 대한 기초나 전문 지식도 제대로 습득하지 않고 그저 나 좋은 대로 이것저것 찍던 시절이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 아이 사진도 여러 장 되었지요. 지금이야 이미 처분하고 내 곁을 떠났지만 혹 남겨두었다면 골동품 취급을 받았더라도 나름의 가치는 있었겠구나! 싶습니다. 그 아쉬움 뒤에는 LP도 그 대상 중 하나입니다.
전문 작가가 아닌 제 주변 사람 중에 사진을 작품으로 찍는 분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의 작품을 내기 위해 들이는 정성과 눌렀던 셔터의 양, 피사체를 찾기 위해 밟은 수많은 곳이 있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 나무나 꽃, 구름이나 하늘, 동물은 물론 도시의 풍경 등 좋아하는 대상은 서로 다르겠지만 그것을 사랑하였으므로 담는다는 마음은 한결같을 것입니다.
한번 시작해 볼까? 싶다가도 발걸음을 선뜻 내밀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준비해야 할 도구, 장비부터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일도 그다지 쉽지는 않을 거라고 여기는 까닭입니다. 그 말은 곧 열정적으로 사진에 덤빌만한 뜨거움이 아직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 좋아할 만한 게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딱히 수면 위로 떠 오르는 게 없는 걸 보면 저라는 사람이 그다지 적극적인 사람은 아닌 모양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것 정도는 해보고 싶다는 걸 추려보면 상당히 정적(靜的)인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서예라든지 글쓰기, 책 읽기가 그것입니다. 그야말로 조용조용할 수 있는 것일 뿐 몸을 크게 움직이거나 쓰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핑계로 걷고, 오르고, 찾아다닌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내용입니다.
노년으로 갈수록 두뇌도 써야 하고 근골격도 움직여야 하므로, 최소한 중년까지의 삶보다는 부지런해야 할 듯합니다. 몸은 점점 가벼워져야 하며 머리는 점점 풍족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할 텐데 자칫 정반대의 상황이 될까? 걱정됩니다. 참으로 몹쓸 걱정이 하나 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