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지 마란 말이야!

영풍문고 천안 불당점의 아쉬운 폐업소식을 접하며.

by 김욱곤
(이미지출처: 블로그 '디지털히피) 가까이 있어 참 좋았던 영풍문고 천안 불당점 전경


최근에 좀 게으른 탓도 있고 특별히 나갈 구실도 없어 근처에 나갈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운동 삼아 나서는 공원길이나 출퇴근길이 전부입니다. 물건 하나를 사려고 해도 부피가 큰 건 온라인이나 자동차로 움직이니 맘먹고 동네 한 바퀴는 어쩌다 맛보는 하나의 호사(好事)입니다. 어제는 요즘 무슨 책이 나왔나 싶어 오랜만에 동네 영풍문고를 들렀습니다. 사실 특정 책을 구매할 일이 아니면 종종 나가는 서점이지요.


같은 브랜드라 할지라도 지방의 대형서점 브랜드는 서울이나 대도시의 그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우선 매장의 크기도 그렇고 구비되어 있는 책의 종류도 그러하며 문구류의 종류도 그다지 다양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큰 게 무조건 좋다는 논리에는 그다지 동의하지는 않지만 아쉬움의 크기는 매장의 크기와 반비례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책이 고플 때 맘먹고 갈 수 있는 문고나 서점은 참 좋은 곳입니다. 과연 서점(書店)과 문고(文庫)는 차이점이 무엇인가? 단순히 크기의 문제라면 그 기준은 무엇이며 갈림지표는 무엇인가? 늘 궁금하지만 이렇게 정해놓은 기준이 숫자로는 없을지라도 이미 우리의 마음에는 문고의 크기가 훨씬 큽니다.




그런데 영풍문고 천안 불당점이 곧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겠지요. 사실 책 한 권을 팔아서 얼마나 수익이 나겠습니까? 임대료는 매장의 크기에 비례할 것이고 매장의 관리비용, 직원의 인건비 모두 합치면 고정지출만 해도 어마어마할 텐데 수익은 그다지 나지 않는 게 책이요, 박리다매로 가려면 최소한 100개 단위 이상으로 팔아야 가능한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실제 천안 영풍문고 책 대부분은 학생들의 참고서나 문제지, 잡지 문구 등의 매출이 많은 듯했습니다. 매출은 얼마이고 순수익은 얼마일까? 궁금하지만 미루어 짐작해도 적자나 나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어릴 적 나이 들면 조그만 책방 하나 열어서 우아하게 여생을 보내면 좋겠다는 꿈의 뒤에는 이렇게 현실적인 장벽이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여생을 보내려면, 그것도 우아하게 보내려면 최소한 운영비 걱정은 없어야 할 텐데 이를 해결하려면 손님들이 그야말로 물 들어오듯 와야 가능한 일입니다.



폐업한 그 자리에 다시 서점이 들어올 일은 없을 거 같고 이를 계기로 주변의 동네서점들이 덩달아 영향을 받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시간 될 때 부담 없이 훌쩍 들어가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옆구리에 새 책 하나 끼고 휘파람 불며 집에 오던 발걸음은 이제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대신 고등학교 옆에 자리한 동네서점, 아파트 맞은편에 자리한 독립서점을 다니면 될 일이지만 근처에 나간 김에 들러봐야지! 결심할 서점이 이제는 없어질 판입니다.



그 옛날 우리 곁에서 없어진 종로서적이 떠 올랐습니다. 친구들과 약속 장소로 애용했던 종로서적이 없어진 후로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아쉬움조차 희미해지고 사라져 가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 곁에서 서점이 떠나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제아무리 온라인 서점이 흥왕하고 번창한다 해도 말입니다. 물론 이는 순전히 독자인 제 바람이고 소망일 뿐 그들의 경영난을 해결해 줄 만한 힘이나 여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서점이 없어진다는 건 기억이 하나둘 사라진다는 뜻이며 쌓아 둘 추억이 하나둘 없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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