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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정 Oct 18. 2017

#01. 프롤로그

이탈리아를 꿈꾸는 범생이들에게





멈출 용기,즐길 용기


 아무리 성능 좋은 자동차라도

쉼 없이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탈이 나게 되어있다.


우리 범생이 부부의 삶도

마치 멈출 줄 모르는

자동차와 같았다.


주어진 삶의 경로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전전긍긍 했고,

뒤쳐지지 않으려

끊임없이 내달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견디지 못한 엔진이

기어이 멈추어


섰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성능 좋은 엔진이나

최고급 엔진오일이 아니라,


가던 길을 벗어나

시동을 멈추

카푸치노 한 잔을 음미할 수 있는

‘여유’라는 것을.


그러나

범생이 부부에게

‘여유’는 곧 ‘용기’

의미했다.


경로를 이탈할 수 있는 용기,

내 손으로 시동을 끌 수 있는 용기,

카푸치노를 즐길 수 있는

용기 말이다. 



로마의 어느 사거리에서 만난 신호등이 멈출 줄 모르는 우리 삶에게 말을 건낸다. "멈추세요."라고.


삶이 영화같지 않듯,
여행도 영화같지 않았다.

스스로 시동을 끌 용기가 없었던 우리는

결국 엔진이 멈추고 나서야

비로서 일상이라는 고장난 동체에서

제 발로 걸어나와

길 밖의 풍경에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이탈리아가 있었다.


특별한 이유랄 것도 없었다.

야무진 계획이라 할 것도 없었다.

그저 보이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태어나 처음으로

각자의 인생 지도에 단 한번도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것은

두 사람 모두에

공식적인 첫번째

일탈이었고,

용기였고,

여유였다.


물론 범생이들에겐

일탈 그 자체만으로

충분황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일탈은 그 내용 면에서 

그리 황홀하거나 낭만적이지 못했다.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마치 온 우주가 힘을 모아

우리 일탈을 방해하는 것만 같았다.


삶이 영화같지 않듯,

여행도 영화같지 않았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공사 중(공사 중인 리알토 다리와 스페인 계단)이었고, 우리는 번번히 일몰 감상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계획 '밖'의
모든 것들이 황홀했다.


“거 봐,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는 건
 돈 아까운 일이라고…”   


이런 우리의 고백이

결혼 10주년 유럽여행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을

다른 범생이 부부들에게는

참으로 위안이 되는 고백이 아닐 수 없겠다.


그러나,

충격적이게도 이 푸념의 본질은

그 반대편에 있다.

불충분한 계획과 미흡한 준비,

즉흥성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여행의 과정 속에서도

호시탐탐 계획성을 부여하려고 시도했던

우리 범생이 특유의 고질적인 습성이

일탈의 감동을 방해했을 뿐, 


 계획의 밖에서 만난 이탈리아의

모든 풍경과
모든 거리와
모든 커피와
모든 음악과

모든 햇빛과
모든 사람과
모든 감정과

모든 불확실성
하나하나가

홀하고 특별했다.



계획의 '밖'에서 만난 이탈리아의 모든 것들이 황홀하고 특별했다.


이탈리아는 당신의 모든 순간을

빛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곳이다.


단, 당신의 야심찬 그 ‘계획’만 빼고 말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시동을 끄고,

당장 떠나보라.


그곳에서

예측가능한 일상의 감동을 벗어나 

예측 못했던 일탈의 희열과

조우해 보라.


TURN OFF,

NOW.






2016년 여름, 두 아들 떼어놓고 
무작정 아내와 단 둘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에서 담아 온  여행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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