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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정 Nov 12. 2017

#17. 에필로그

실패한 인생도 없다






이 짧은 여행으로, 

인생의 방향이 바뀌는 터닝포인트를 만난다거나, 

직장을 때려엎고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거나 하는 

영화같은 일은 적어도 우리 부부에겐 일어나지 않았다. 


일상은 그대로 변함없다. 

여전히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고달프다. 

이탈리아에서 느꼈던 감동들이 

깡그리 여름의 열기와 함께 사라져버렸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확실히 달라진 건 있다. 

현실은 변한게 없는데, 

받아들이는 우리가 좀더 여유로워졌다. 


일탈은, 

과거와 미래에 담보잡힌 ‘현재’를 

현실세계로 되찾아오는 작업이다. 


'현재'를 '현재'답게, 

'지금'을 '지금'답게 소비하는 행위가 

바로 일탈이라는 것을 

이번 여름을 통해 깨달은 

덕분이겠다.


그래서, 적어도 이젠

전전긍긍하지는 않는다. 

영화같은 삶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고, 

우리의 현재를 사랑하게 되었다.


여행 중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계획이 어긋나고, 

일정이 엉키고, 

남들 다하는 그걸 우리만 못하고,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고, 

돈도 아깝고,

괜히 왔나 싶고... 


하지만, 추억은 다르다. 

그 순간들조차 추억으로 되새길 수 있다면, 

여행에 있어서 실패한 여행이란 없는 것이다.


인생을 종종 여행에 비유하지 않나.

뜻대로 되는 삶은 아니지만, 

그 삶을 사랑하고, 

감사하고, 

추억하며 살아낼 수 있다면, 

실패한 인생도 없다. 


새벽,

그곳의 광장을 떠올려본다.

다시 설렌다.



'엔진이 멈추었을때 이탈리아'《끝》





2016년 여름, 두 아들 떼어놓고 
무작정 아내와 단 둘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에서 담아 온 여행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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