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비난 멈추기
심리학이나 상담학을 공부하다보면 자아존중감(self-esteem), 즉 자존감이라는 변인을 계속해서 마주하게 된다. 백 마디 말보다 한 가지 행동이 더 어렵듯이, 나 또한 자존감을 높이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아니 어려운 중이다.
자존감을 잃으면 온 세상은 적이 된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그리고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분명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 첫 단서는 '자기 비난 멈추기'이다.
내가 언젠가 상담 수업에서 발표를 하고 있을 때였다. 적당한 자기 비하 드립을 섞어가며 발표를 이어가니 학생들은 웃었고 분위기는 후끈했다. 하지만 왜인지 교수님만은 표정이 점점 굳어가셨다. 계속해서 발표를 이어갔다. 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나는 한 커플의 예시를 들었는데, 내용은 연락을 중요시 생각하는 남자와 그렇지 않은 애인의 이야기였다. 자세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 남자가 아주 예민하고 민감해서 애인을 힘들게 했고, 감정소모가 싫은 애인이 떠났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같은 수업을 듣던 내 친구들은 금방 내 얘기라는 것을 눈치채곤 킥킥댔다.
내가 "그래요, 제 이야기에요"
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웃었지만 교수님은 정색을 하며 나에게 말하셨다.
"학생 정말 문제가 있네요"
나는 벙쪄선 말했다.
"네? 어떤 문제...?"
교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왜 계속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학생이 '착하다'라는 건 잘 알겠어요. 하지만 본인한텐 얼마나 나쁜지 생각해봐요. 지금 학생은 자신의 강점마저 단점으로 만들어버리고 진심으로 자기가 문제 있다고 믿고 있잖아요"
나는 발표가 끝나고, 수업이 끝나고도 한동안 멍멍히 있었다. 그렇다. 나는 10개 중 9개를 잘하고 1개를 못했을 때, 9개를 스스로 칭찬할 생각은 안하고 그 단 하나 때문에 나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었다. 나를 깎아가며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겸손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어떤 일이 안풀릴 때 내 탓을 했고, 내가 바뀌면 된다고만 생각했다. 결국 내 영혼을 떼어 남에게 주고 있었던 것이다. 자아존중감이라는 것이 남아날리가 없었다.
결국 나를 사랑하기 위해선 첫째로 자기비난을 멈춰야 한다. 유독 본인에게만 안좋은 단어를 사용하고있는지 살펴보고, 혹시 맞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남에게 하는 만큼만의 표현을 사용해보자. 남들의 이해안되는 행동을 합리화하는 에너지의 반만이라도 본인을 합리화하는데에 사용해보자.
세상에겐 주인공이 내가 아닐지라도 나에겐 세상의 주인공은 누가뭐라해도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