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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이 Mar 01. 2024

영어이름 말고 내 이름 사용하기

“Hello, my name is Jaewook.”

“재.. 왁?”,”재.. 웍?”


 캐나다에서 누군가에게 필자의 이름을 소개하면 한국이름 발음이 어색한 캐내디언들은 열이면 열, 이런 식으로 되물어왔다.

스펠링을 말해줬는데도 잘못 적힌 영어수업 명찰, 아직도 이대로 사용중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대화를 영어로 주고받아야 하는 게 내심 부담이었던 필자는 이름을 소개하는 기본적인 대화의 도입부라도 가볍게 넘기고 싶었고,


 동시에 상대방에게 어색한 발음의 낯선 이름보단 기억하기 쉬운, 그들 언어권에서 사용하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필자의 본명과 발음이 비슷한 영어이름인 ‘Jake’로 소개하기 시작했더니


 당연 영어이름에 익숙한 캐내디언들은 필자의 영어이름으로 소개받은 뒤론 “Jake?” 하고 되묻는 일 없이 “Nice to meet you, Jake.” 하며 인사해 줬다.



 그렇게 두어달쯤 생활하며 둘러보니 필자가 마주친 사람들 중 영어이름을 만들어 사용하는 인종은 거의 대부분 동북아, 동남아 출신이고, 그 외 지역의 출신(남미, 아프리카, 유럽)들은 본인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닌가?



 특히 캐나다에 최근 몇 년 동안 부쩍 늘어났다는 인도인들이 발음도 어려운 본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걸 보며


 캐내디언들의 기준에 맞춰서 본명이 아니라 영어이름을 따로 만들어서 소개하고 있는 자신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회에서 이단이라고 불리는 OO교 교회에서 진행하는 무료 영어수업을 다니던 어느 날, 수업을 진행하던 선교사가 필자의 원래 이름을 물었고,


 필자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려고 잠시 되뇌더니 대번에 거의 정확한 발음으로 부르는 모습에 깜짝 놀랐었다.



 그 이후로 필자에게 포교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걸 보니 호감을 사기 위한 일환으로 원래 이름을 부르며 친밀감을 쌓으려는 목적이었을 거라 추정되지만,


 어찌 됐건 의지만 있다면 캐내디언도 필자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할 수 있다는 걸 겪고 나니, 상대가 필자의 이름을 부르기 어려워하는 걸 신경 쓰지 말고 당당하게 원래 이름을 소개하기로 마음먹게 됐다.



 물론, 처음처럼 “Hello, my name is Jaewook.” 이라고만 소개하는 대신,


 뒤에 “And you can call me Jake”라고 short form을 소개하듯 영어이름을 같이 소개함으로 여지를 남겨두긴 했지만,


 단순히 영어이름을 내 이름이라고 소개하는 것보단 훨씬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느낌이라 만족 중이다.

여전히 명찰엔 잘못 적혀있지만, 이젠 제대로 적히는 필자의 이름



 이름에 대해 기억에 남는 일화가 두 개 있는데,


 첫 번째는 필자 본인의 이름(Jaewook)을 소개하니, 엑센트를 ae와 oo 중 어디에 줘야 하는지 되묻는 경우가 한 번 있었다.


 이름에 엑센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필자는 꽤 당황했었는데,


 모든 단어에 엑센트가 있고, 엑센트를 잘못 발음하면 잘 못 알아듣는 영어 특성상 내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주려는 상대의 자연스러운 질문과,


 엑센트와는 거리가 먼 한국사람스러운 반응이었다.



  두 번째는 영어이름에 대한 캐내디언의 입장이다.


 필자가 다니는 영어수업은 약 10여명 정도로 구성돼있으며, 한국, 중국, 코스타리카,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모여있다. 그런데 그 중 3명의 중국인이 전부 영어이름을 사용하는데,


 지난 주 수업을 시작하며 출석을 체크하던 선생님이 갑자기 그동안 궁금했다며 왜 본인 이름을 안 쓰고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지와 본명이 아닌 이름을 사용하면 어색하지 않는지를 수업의 한 꼭지로 다뤄 서로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그 학생들은 위에 필자가 고민했던 것과 같이 어려운 중국어 발음 때문에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고 대답했으며,


 다인종이 어울려 살아가는 캐나다 특성상 수많은 나라에서 사용되 이름들을 접하고 불러온 선생님은 발음이 어렵다는 이유로 본인 이름을 놔두고 영어이름을 만들어 사용하는 게 항상 신기하고 궁금했다고 말하는걸 보며, 영이름을 받아들이는 캐내디언의 입장 중 하나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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