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몸을 싣는 자동차 실내는 주기적으로 청소하더라도, 자동차 외관이 깨끗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필자에게 세차는 상당히 귀찮은 일이라 연중행사로나마 가끔 자동세차를 이용해 왔었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샀던 자동차는 무료로 고를 수 있는 색상이 흰색과 검은색뿐이라 먼지가 가장 덜 보이는 쥐색으로 고르기 위해 옵션비용까지 지불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말이다.
캐나다는 주유기에서 주유비용을 결제할 때 세차비용까지 한꺼번에 결제할 수 있는데, 첫 주유소 방문 시 13불에 달하는 세차비용을 보고선 상당히 놀랬고,
어차피 1년에 몇 번 안 하는 세차라 차라리 손으로 먼지나 닦아내며 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Dollarama(한국의 다이소)로 달려가 먼지 닦는 융 이 달린 장갑과 유리청소 전용 물티슈를 구입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비를 맞으면 빗물 속 먼지들이 차체에 얼룩으로 남아 더 더러워지는 한국과는 달리, 캐나다에선 비를 맞고 나면 차가 얼룩 없이 깨끗이 씻겨 장갑으로 닦을 일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눈이 오기 시작하니 얘기가 달라졌다. 과장 좀 보태서 눈이 오는 순간부터 제설작업이 시작되는 나라 특성상, 주택가 도로는 순식간에 진흙투성이로, 큰길엔 염화칼슘이 도로를 코팅하듯 깔려있어 순식간에 차가 봐줄 수 없는 몰골이 돼버렸다.
그래도 비싼 세차요금이 눈앞에 아른거려 주유소에 갈 때마다 주유건을 꽂아놓고 주유기 옆에 마련된 간이 세차도구를 이용해 세차를 했는데,
이런 간이셀프세차도 아주 더러울 때 긴급하게 훔쳐내는 용도로나 쓸만하지, 닦고 난 뒤 물기가 마르며 다시 더러워지는 건 매한가지였다.
결국 필자는 자동세차를 이용하게 됐는데, 자동으로 차종을 스캔해서 인식하는 최첨단 무인시스템에 감탄하며 세차를 시작했고,
최첨단(?) 과는 별개로 물기가 제대로 말려지지도 않았는데 세차가 끝났다며 녹색불이 켜지는 모습에 깜짝 놀라며 캐나다에서의 첫 자동세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