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욱이 Feb 22. 2024

캐나다에서 세차장 안 가고 버티기, 실패

 가족들이 몸을 싣는 자동차 실내는 주기적으로 청소하더라도, 자동차 외관이 깨끗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필자에게 세차는 상당히 귀찮은 일이라 연중행사로나마 가끔 자동세차를 이용해 왔었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샀던 자동차는 무료로 고를 수 있는 색상이 흰색과 검은색뿐이라 먼지가 가장 덜 보이는 쥐색으로 고르기 위해 옵션비용까지 지불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말이다.



  캐나다는 주유기에서 주유비용을 결제할 때 세차비용까지 한꺼번에 결제할 수 있는데, 첫 주유소 방문 시 13불에 달하는 세차비용을 보고선 상당히 놀랬고,

홈페이지에 기재된 세차비용
주유 시 세차비용까지 함께 결제가 가능하다


  어차피 1년에 몇 번 안 하는 세차라 차라리 손으로 먼지나 닦아내며 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Dollarama(한국의 다이소)로 달려가 먼지 닦는 융 이 달린 장갑과 유리청소 전용 물티슈를 구입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비를 맞으면 빗물 속 먼지들이 차체에 얼룩으로 남아 더 더러워지는 한국과는 달리, 캐나다에선 비를 맞고 나면 차가 얼룩 없이 깨끗이 씻겨 장갑으로 닦을 일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공기질이 좋다는게 확실히 체감된다



 그런데, 눈이 오기 시작하니 얘기가 달라졌다. 과장 좀 보태서 눈이 오는 순간부터 제설작업이 시작되는 나라 특성상, 주택가 도로는 순식간에 진흙투성이로, 큰길엔 염화칼슘이 도로를 코팅하듯 깔려있어 순식간에 차가 봐줄 수 없는 몰골이 돼버렸다.

요새 눈이 안와서 많이 없어졌지만, 눈이 온 뒤엔 도로가 염화칼슘으로 뒤덮혀있다



 그래도 비싼 세차요금이 눈앞에 아른거려 주유소에 갈 때마다 주유건을 꽂아놓고 주유기 옆에 마련된 간이 세차도구를 이용해 세차를 했는데,

여느 주유소를 가도 주유기 옆에 마련된 간이 세차도구
중고차 매물 구하기가 어려운 시기에 구입하느라 선택의 여지 없이 검정색 당첨


 이런 간이셀프세차도 아주 더러울 때 긴급하게 훔쳐내는 용도로나 쓸만하지, 닦고 난 뒤 물기가 마르며 다시 더러워지는 건 매한가지였다.


 

 결국 필자는 자동세차를 이용하게 됐는데, 자동으로 차종을 스캔해서 인식하는 최첨단 무인시스템에 감탄하며 세차를 시작했고,


 최첨단(?) 과는 별개로 물기가 제대로 말려지지도 않았는데 세차가 끝났다며 녹색불이 켜지는 모습에 깜짝 놀라며 캐나다에서의 첫 자동세차를 마무리했다.

전면유리에 남아있는 물방울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과는 사뭇 다른 캐나다의 발렌타인데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