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시작된 여행 첫날의 일정을 마친 뒤 지친 가족들을 데리고 호텔에 갔더니, 자연스럽게 벨보이가 차를 주차해 준다며 다가왔다.
당연히 호텔 주차장에 주차하니 외부에 주차하는 것보다 편하겠지, 그리고 외부 주차장이랑 차이 나봐야 얼마나 차이 나겠냐는 생각에 소정의 팁과 함께 4일간 머물 예정이라고 얘기하며 차 키를 건넨 뒤 방에 들어갔는데,
아뿔싸, 핸드폰 충전기를 차에 놓고 왔다.
너무 피곤했기에 다른 짐을 놓고 왔다면 그냥 냅뒀을테지만, 핸드폰 충전기는 피곤하다고 미뤄둘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결국 지친 몸을 이끌고 발렛부스로 내려가 여차저차해서 차에서 짐을 꺼내와야 한다고 말하니 호텔 바로 맞은편의 공영주차장에 데려가는 게 아닌가?
그제야 아차 싶은 생각에 발렛부스 앞에 적힌 요금표를 확인해 보니, 발렛 비용이 1박에 $66, 혹시라도 필자의 미니밴이 오버사이즈로 분류된다면 $80로 하루 발렛주차비가 10만 원이 넘게 됐다.
워싱턴 D.C. 백악관 바로 옆 블럭이라 주차요금이 원래 이 정도로 비싼 건가? 놀란 마음에 발렛직원을 따라 공영주차장에 들어가며 요금표를 확인해 보니 주말기준, 하루에 $25 밖에 안 하는 게 아닌가.
그대로 발렛주차를 맡긴다면, 하루에 최소 $40(약 55,000원), 오버사이즈로 분류될 경우 $65(약 88,000원)씩을 추가로 내야 했고, 4일이면 2~30만 원을 더 내야 한다는 건데,
길 건너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나오는 수고가 힘들다고 몇십만 원을 지불할 생각이 없는 필자는
핸드폰 충전기를 찾아 돌아오는 길에 발렛부스에 들러 발렛을 취소하고 직접 주차장에 주차하겠다고 말했다.
놀래서 ‘왜 취소하냐?’며 묻는 발렛 매니저에게 당연히 ‘발렛 주차비가 비싸서 직접 주차하겠다.’고 대답하자,
발렛 빼면 이 근처에선 주차장 절대 못 찾을 거라고, 확실히 차 뺄 거냐며 반 협박식으로 되묻길래 상관없으니 바로 차를 꺼내달라고 요청했다.
역시 자본주의 국가답게 발렛 맡길 때 ‘보스, 보스’하며 굽신대던 것관 정 반대로 차를 꺼내오자마자 차 키를 홱 던져주듯 건네며, 1시간 주차비용 $35를 당장 계산하라며 따지듯이 포스기를 필자에게 들이미는게 아닌가?
그래, 수십만 원을 놓쳐서 아쉬운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고객한테 기분 상한걸 있는 대로 표현하는 건 아니지. 라는 생각에
필자도 마찬가지로 불쾌한 표정을 지어주며 포스기를 손으로 치우고, 체크아웃할 때 계산할 테니 그 요금은 방에다가 달아놓으라며 방 번호를 알려주고 바로 차를 몰아 길 건너 주차장에 ‘직접’ 주차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마음 한켠이 괜히 불편해서 호텔 정문을 나설 때마다 신경 쓰였지만, 최소 $160을 아꼈으니 그게 뭐 대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