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배우 윤석화가 죽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하고 세종 문화 회관에서 '아가씨와 건달들'이란 뮤지컬을 보러 갔다.
그 뮤지컬에 여주인공 애들레이드 역할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그 배우가 바로 윤석화 였다.
뮤지컬을 볼 때 까지만 해도 누군지도 몰랐다.
하지만 순식간에 세상에 저렇게 예쁘고 귀엽고 멋지고 게다가 춤과 노래까지 잘하는 여자가 있구나 하고 사춘기 고등학교 남학생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일시적인 감정이었지만 꽤 강렬한 동경과 설레임이었다.
그 뒤 그녀의 삶의 궤적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지만 꽤 오랫동안 TV에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 몇 해 전 큰 병에 걸려 투병 중이라고 하며 앞니가 모두 빠진 모습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예전 내 기억 속의 예쁘고 깜찍한 '애들레이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늙고 병들어 쇠약한 모습에 놀랍기도 했고 서글프기도 했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화려하게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을텐데, 세월과 병마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하고 작아지는구나 싶었다.
나이 먹었다고 인생 다 살아본 것 처럼 거들먹 거리고 싶지는 않지만
50년 넘게 살아보니 내가 깨달은 인생의 가장 큰 진리는
지드래곤의 노랫말 처럼 "영원한 건 절대 없어" 라는 것이다.
사람도 사랑도, 어떤 성공과 명예도 영원한 것은 없다. 당연히 삶도 영원하지 않다.
마치 영원할 것 처럼 아둥바둥하며 과도한 에너지를 쏟고 시기 질투하지만 언젠가 끝이 있다.
반대로 실패와 고통도 또한 영원하지 않고 끝이 있다.
올해 들어 전유성이나 윤석화 같이 동시대를 살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니 다시 한번 '영원'한 것은 없으며 그 무엇이든 결국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진리를 곱씹어 보게 되는 것 같다.
다만, 그렇다고 "인생 무상이네. 다 부질없네" 하면서 아무 열정과 노력없이 살아가는 것 또한 경계해야할 것이다. 하루하루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사는 것은 결과를 떠나 그 과정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SM
윤석화 배우의 죽음을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