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 나는 종종 '섭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섭리란 사전적으로는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와 법칙라는 뜻이다.
아무리 사람이 벗어나려 해도 결국 따를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질서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종교적인 의미의 '섭리'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노안이 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때가 아니라 이제까지 겪고 배운 것들을 나누고 베풀라는 것은 아닐까 혹은 모든 것들을 좀 더 멀리 보라는 그런 '섭리'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흰머리가 생기고 주름이 생겨서 미학적으로 덜 아름다워지는 것 역시 더 이상 외모를 통한 끌림이 큰 의미가 없어졌고 대신 내면의 충실함이 그걸 대체해야 한다는 '섭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
술도 덜 먹게 되고 다양한 관심사가 줄어드는 것도 이제는 새로운 사람 보다는 더 가까운 지인을 챙기고 깊게 사랑하라는 '섭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
체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생존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결국 죽음에 가까워지게 만들게되는 그런 '섭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
순전히 근거없는 개똥철학이지만 오는 세월을 막아보려고 애써도 결국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섭리'인 셈이다.
어떻게 그걸 놀라지 않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이 숙제일 뿐이다.
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