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미생'이란 드라마를 보면서 회사 선배라는 이유로 후배에게 반말, 욕설을 하는 장면이 너무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무디어져서 요즘 영화나 유튜브에는 욕설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처럼 그리고 그게 훨씬 더 허용이 되는 사회가 된 것 처럼 욕설이 나온다. '새끼'나 'X발' 은 이제 욕설도 아닌 수준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회사에서 만난 사람 중에 내가 반말을 하는 사람은 입사동기 빼놓고는 딱 2명 있다. 첫 회사였던 국내 대기업에서 내가 채용해서 뽑았던 여직원 2명뿐이다. (그땐 내가 삼촌같았는데 지금 만나면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다)
그 이외에는 허물없이 친하게 지낸 사람도 많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반말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회사에서 서로 반말하는 장면을 보면 지금은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지고 심지어는 좀 거슬린다.
반말은 친근함의 척도이기도 하고 또 더 끈끈한 관계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건 서로 기분 좋았고 사이가 좋았을 때 얘기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관계가 되면 반말은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고 급기야 폭언이나 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싸움의 시작이 항상 "얻다 대고 반말이야? 너 몇살이야? "라는 걸 상기해본다면 그야말로 반말의 말로가 어떻게 되는지는 지레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반말에는 근본적으로 상하관계가 들어있다. 반말을 하는 주체는 듣는 사람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믿게 된다.
회사 동료는 역할에 따라 위계가 있고 꼭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우월적 지위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 그게 나에게 있다고 믿는 순간부터 말은 거칠어져서 실수하게 마련이고 관계는 악화된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어떻든 반말은 듣는 사람의 불편함을 가져오는 위험천만한 도구가 되어버린다.
어떤 컬럼에서 '반말은 이제 인권의 문제'라는 표현을 보았는데 매우 공감하고 동의한다. 반말의 범위는 적을수록 좋고 안전하고 안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나는 회사의 어느 누구도 상대방에게 반말을 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그래서 그런 장면이 TV에서 나왔을때 모두들 거북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