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맡게 된 수업은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이다. 1학년들이 주로 듣는 수업으로 현 총장님이 가장 강력하게 밀고 있는 수업 중 하나이다. 앞으로는 전공 상관없이 머신러닝은 알아야 한다나. 하지만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관련해서 조금이라도 알턱이 없다. 그래서 이 수업은 행렬부터 시작한다. 행렬이 무엇인지부터.
분반 평균 20점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점수였다. 교수로 부임하고 첫 학기, 첫 중간고사부터 학생들이 이래 버리면 어쩌나 싶었다. 절로 '나 때는' 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요즘 애들은 공부를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기초 중의 기초를 가르쳤는데도 이렇게 틀려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임용 첫 학기라고 목을 꽉 조은 넥타이가 점점 거추장스러워졌다.
"교수님... 저... 매트릭스 지수 부분에 있는 T는 뭔가요?"
"지수 부분?"
가뜩이나 분반 점수가 안 나와서 심란한 상황에 학생의 알아듣지 못할 질문은 문 교수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트랜스포즈(Transpose) 말하는 거야? 저거 행과 열을 바꾸는 건데. 배웠잖아요."
학생은 말이 없었다. 뭔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교수와 스크린 사이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문 교수는 아찔했다.
"잠깐만요. 안 배웠어요?"
문 교수는 다급하게 자료 화면을 앞으로 넘겼다. 갖가지 현란한 점과 선들이 화면을 지나갔다.
"이거는요? 행렬의 합, 곱."
그동안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스크린에 눈을 고정하고 바라보기만 하던 학생들이 그제서야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기 시작했다. 이걸 안 배웠다고?
"이거 분명 고등학교 때 했을 텐데?"
이 말이 나오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앞줄의 왼쪽 구석에 앉은 학생이 조용히 손을 들더니 말했다.
"교수님, 이거 새로운 교육과정에는 빠져있습니다. 기하와 벡터에서 행렬 파트가 사라졌어요."
"그러는 학생은 어떻게 알죠?"
학생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 교수가 쏘아붙이 듯 말했다.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그의 질문에 학생은 당황한 듯 말을 얼버무렸다.
"전 쭉 고등학생들 과외를 해와서..."
"그니까 행렬을 모른다 이거죠?"
진작 말하지. 이 생각부터 머리에 맴돌았다. 학생 200명이 있는데 앞에서 욕을 할 수도 없고. 하긴, 되짚어보면 저 학생들은 무슨 잘못인가? 대학교 현장을 반영 못한 교육과정이 잘못이지.
"어쩔 수 없네. 다시 합시다. 보강 잡죠. 다들 시간 언제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