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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와이 Mar 18. 2023

어느 날 인테리어 공사가 멈췄다.

누구나 나쁜 인테리어 업체를 만날 수 있다.

오랜만에 프로젝트 율리안나 이야기를 써 봅니다. 6월에 올렸던 글을 통해 새로운 공간의 인테리어가 시작되었음을 알렸습니다. 그 후 9개월 남짓한 시간이 지난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잔잔 스테이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꿈을 시작한다는 의미와,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바뀐 인생 목표를 달성하고자 불렸던 [프로젝트 율리안나]라는 프로젝트명이 자신의 이름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공간을 잔잔 스테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졸졸 흐를 잔(潺)이라는 한자를 두 번 쓰고 있는 잔잔은 여러모로 참 매력적인 단어라고 느꼈습니다. 잔잔이라는 단어가 느끼게 해주는 특유의 조용하고 안정감 있는 소리가 좋았고, 한자의 생김새마저 좋았습니다. 아들자(子)가 세 번이나 들어간 한자의 생김새는 한평생 아들 셋을 열심히 키워주신 어머니를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죠. 거기에 잔잔하게 흐르는 수(水) 공간을 두려고 했던 이 공간의 특성까지 합치게 되니, 저에게 잔잔이라는 단어는 이 공간과 정말 찰떡같은 단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명함이 만들어졌으며, 침구를 주문했습니다.

공간의 네이밍이 정해지자 많은 일들이 더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스테이의 모습을 대표하는 BI를 만들었습니다. BI는 단순히 로고로의 사용성을 넘어서 공간을 구성하는 내외부에 그 쓰임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패턴화 시킬 수 있는 형태의 심벌타입으로 제작하였습니다.


BI가 정해지고, 침구들의 라벨도 확정 지을 수 있었고, 명함도 만들어졌습니다. 이 과정도 제 손으로 직접 해봤습니다.

완성된 BI, 라벨 제작에 필요한 실을 고르고, 침구류도 제작하고, 명함도 착착 만들어졌습니다.

오래된 주택이라 존재하지 않았던 세부 도면을 만들기 위해 스케치업을 공부했던 것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들을 BI로 구현하기 위해 일러스트레이터를 공부했습니다. 명함도 직접 제작해 보고 발주해 보았습니다. 동대문에 라벨집들과 이불집들을 찾아가 꼼꼼하게 원단을 확인하고 내가 원하는 색감의 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퇴근 후부터 새벽시간까지 그리고 주말에도 잔잔 스테이를 꿈꾸는 시간으로 썼던 것 같습니다. 내 공간을 만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들었던 모든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었습니다.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초 공사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외부로는 공간을 가리고 있던 큰 대문을 철거하고, 작은 마당을 반으로 나눠 1층과 2층의 동선을 구분 할 수 있도록 화단을 만들었습니다.

외부와의 소통을 막고 있던 큰 대문이 사라지고 귀여운 화단 등장!

내부로는 1층과 2층 각각에 집 안과 밖을 이어주는 흐름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테라스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개인적인 취향을 가득 담은 공간이었죠.


기존에 있던 공간의 의미와 추억을 살리기 위해서 어떤 모습을 그대로 남겨두어야 할지, 어떤 공간으로 보이기 위해서 과감하게 철거를 해야 할지는 매우 큰 고민이었습니다. 이런 고민과 진행 순간 모두가 저에게는 설레는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테리어 공사가 멈췄습니다.

계속해서 계획대로 착착 공사가 진행되었다면, 2022년 12월 1일부터 잔잔 스테이는 사람들을 맞이했을 겁니다. 그리고 브런치에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설명들이 마구 올라오고 있었겠죠.


하지만 이런 제 꿈을 멈추게 하는 한 가지 이벤트가 생겼습니다. 제목처럼 인테리어 공사가 멈추게 된 일이죠. 현재 잔잔 스테이 인테리어를 맡고 있는 업체는 자금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4개월째 인테리어 공사를 미루고 있습니다.


오늘은 겪지 말아야 했을 이벤트, 나쁜 인테리어 업체를 만나 사기를 당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글을 쓰면서도 너무나도 속상한 마음이 크네요.)


인테리어 업체에 사기를 당한 이유


저는 2021년에 네 곳의 인테리어를 진행해 보았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걱정을 크게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안이한 마음이 이런 슬픈 상황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인테리어 업체에게 사기를 당하게 되었던 몇 가지 제 불찰에 대해 말해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꼭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실 때 참고하셨으면 좋겠어요)


1. 너무나도 저렴한 견적을 믿어버렸다.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서울의 인테리어 업체 3곳, 서울 외 지역의 인테리어 업체 2곳에 의뢰하여 견적을 받아보았습니다. 대표님들과 소장님들이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현장을 방문해 주셨고, 디테일하진 않지만 가견적을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인테리어 업체는 서울에 있는 팀이 직접 출장을 가서 몇 달이고 강릉에 머무르며 작업을 진행했어야 했기에 출장비라는 항목에서 몇 천만 원 정도의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넉넉한 자금이 없었던 저는 서울에 있는 업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좋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서울 외 지역 인테리어 업체라면 출장비라는 항목을 제외해서 좀 더 저렴하게 인테리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다양한 서울 외 지역에 있는 업체의 가견적은 조금 더 저렴했었습니다.)


최종으로 선택한 인테리어 업체는 다른 업체들보다 10~15% 정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시공하면서 제가 원하는 자재나 시공방법으로 가능하다는 말씀을 해주셨었죠.


이때부터 뭔가 이상함을 느껴야 했었지만, 견적을 알아보기 위해 만났던 모든 업체가 경제 침체로 인해 원자재가 상승하고 있다는 말씀을 주셨기에 마음이 급해졌던 저는 빠르게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2. 세세하지 않은 견적서를 보고도 그냥 넘어갔다.

좋은 인테리어 업체는 견적을 굉장히 꼼꼼하게 줍니다. 그리고 이 꼼꼼하고 구체적인 견적서는 인테리어 업무에 있어 업체와 시공의뢰자 모두에게 다양한 분쟁을 줄일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가 될 수 있기도 합니다.


견적이 자세하지 않을 경우, 시공의뢰자는 견적에 있는 세부 비용이 잘 쓰이는지에 대한 부분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 공사가 진행되면서도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견적보다 더 많은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 의뢰자와 업체 사이에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죠. 반대로 자세한 견적서가 있다면 견적서 상의 비용이 과도하게 측정되었는지 파악해 볼 수 있고, 협의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것도 요청할 수 있죠.


어찌 됐든 저찌 됐든 다양한 이유에서 견적서는 사용되는 타일의 종류나, 제품의 종류, 가구 크기까지 정말 구체적이고 세세한 내용이 작성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 왜 그랬냐 싶지만, 계약을 하는 당시 자재값이 많이 올라가는 것이 두려웠던 저는 하루라도 빠르게 일을 진행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추가 비용이 분명히 일부 지출이 되더라도 다른 업체의 견적과 비슷해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3. 시공 단계와 맞지 않게 과도한 대금 입금 해버렸다.

사실 이 부분이 저에게 있어 가장 큰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 진행 상황에 맞는 비용을 지급해야 했지만, 사람을 너무 믿었을까요, 인테리어 업체가 말하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주다 보니 (자재값이 많이 올라서 사정이 어려워졌다 도와달라, 새시를 먼저 발주해야 하고 가격이 비싼 것이다 등등) 공사 진행 과정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입금했습니다. 실제로 진행된 건 철거와 일부 설비 공사뿐인데 80% 정도에 해당하는 비용을 줘버렸던 거죠.

일은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돈은 달라고 사정에 호소하는 걸 이해했던 나 놈이 바보입니다,


다시 시간을 돌린다면 단순히 계약금, 중도금, 잔금 입금에 대해서 단순히 기간에 맞춰 지급하는 게 아니라 도배 공사가 끝난 후, 목공사가 끝난 후와 같은 형태로 공사 과정에 비례하여 대금을 납부한다는 세부 조건을 명시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피해를 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작성하고 보니 어쩌면 좀 더 빠르게 업체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계약해제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후회와 생각들이 많이 들게 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젊었을 때 이런 실수의 경험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려고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혹시라도 인테리어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저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해당 강릉 인테리어 업체는 현재 사기죄로 형사 고소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알고 보니 해당 업체는 많은 분들을 대상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차일피일 공사를 미루셨던 것 같습니다.


처음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업체를 어르고 달래서 내 공간만 이라도 잘 끝내면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또 인테리어 계약을 하게 되면 그 비용으로 내 공간은 인테리어를 끝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나쁜 마음을 살짝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서 이 업체를 그냥 놔둔다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고, 돈이 들더라도 꼭 이 업체와 대표님이 다시는 이런 사기를 못 칠 수 있도록 처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생에 경찰서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랐건만,,,

그리고 잔잔 스테이는 새로운 인테리어 업체를 만나서 새롭게 견적을 받아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딱 한 번, 3시간 정도의 미팅을 진행했지만 제 이야기를 꼼꼼하게 들어주시고 컨설팅을 제공해주고 싶어 하시는 모습을 보고 좋은 업체를 만났다는 기대감이 큰 상황입니다.


잔잔 스테이는 올해 꼭 오픈을 하고 말 겁니다. 꿈꿔왔던 일은 어떻게든 이루어야 하니까요. 우여곡절이 많은 만큼 더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질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릉에 숙소를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저희 잔잔 스테이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을 빌어 제 공간 오픈 소식을 기다리고 계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다시 전하며, 소송을 위해 컨설팅해 주신 법무법인 서정 최윤수 변호사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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