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포남동 구옥의 변신
잔잔 스테이가 완성되기 전까지 브런치를 통해 잔잔 스테이의 과거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남겨보려고 합니다. 잔잔 스테이가 완성된 후에는 이 공간의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기 때문인데요. 글을 통해 오랜 시간 이곳을 지키며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키웠던 이 공간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기억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잔잔 스테이 1층 공간에서 크게 변화가 있을 예정인 공간에 대해서 정리해 봤습니다.
강원도 강릉 조용한 동네에 지어진 2층 주택은 79년에 지어진 건물로 1층 20.2평, 2층 11.7평의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만들어져서 긴 시간 동안 이 땅을 지켜온 이 건물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형태로 지어졌습니다.
3세대 이상의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 익숙했던 그 시대, 다자녀 가족이 많았던, 대가족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충분히 반영했기에 20평이라는 작은 집에 방이 3개나 되었습니다. 거주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잠시 쉼을 위한 목적으로 변화해야 할 잔잔 스테이에는 적합하지 않은 공간이었죠.
이 공간을 현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의 형태로 바꾸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크게 세 부분의 변화를 주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공간은 요즘은 볼 수 없는 특별한 모습 하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화장실 위에 작은 다락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죠. 화장실 옆에 붙어있는 작은 방을 통해 오르내릴 수 있는 작은 다락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1층, 2층 동일)
그래서 이 공간을 처음 만났을 때 "이 다락 공간은 살려두고 싶다"라는 욕심이 많이 가졌었습니다. 현재의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 불필요할 수 있지만 과거의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공간이었기에 만들어진 공간.
이러한 형태의 공간 구조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흔치 않은 경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공간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재해석하고 싶다는 생각을 몹시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머리를 굴려봐도 도무지 이 공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질 않았고, 결국 눈물을 머금고 다락 공간을 철거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다락 공간을 없애고 나니 화장실의 천고가 높아졌고, 다시 보니 작았던 화장실이 더 넓어 보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공간이 넓어 보이자 뭔가 좀 더 효율적인 화장실을 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최대 4명이 머무를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화장실을 좀 더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샤워실과 화장실 그리고 세면대를 나누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실을 분리한 호텔들에서 아이디어 차용)
누군가가 혼자서 차지해야 했던 큰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분리하면서 샤워를 하고, 용변을 보고, 양치나 세안을 하는 이벤트가 동시에 발생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게 된 거죠.
이 작은 구옥은 제가 원하는 것보다 많은 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잠을 잘 수 있는 침실과 같은 [개인의 공간]은 충분했지만, 모두가 함께 이야기하거나 밥을 먹을 수 있는 [모두의 공간]이 부족했죠. 물론, 거실이라는 모두의 공간이 존재했지만, 많은 방을 가진 탓에 다소 좁은 면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모두의 공간은 꼭 필요한 공간이었고, 그렇기에 모두가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공간, 맛있는 것을 먹고 마시며 함께 기억을 나누는 공간, 때로는 일상을 벗어나 여유롭게 일하기 편리한, 그런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작은방 하나를 그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키친과 연결되는 벽에는 큰 창을 내어 개방감을 주고, 거실과 연결되는 문은 더 크게 확장시켜 문이 아닌 통로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큰 통로를 지나 거실을 바라보았을 때는 바깥으로 연결되는 시선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강릉의 다양한 계절감을 느끼면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큰 창의 바닥틀을 철거해 버렸습니다. 바닥을 철거하니 거실의 바닥 높이는 발코니와 같은 높이가 되어 발코니 공간도 실내 공간처럼 보이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작은방은 집 밖의 마당의 계절감까지 담을 수 있는 [모두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영앤풀님이 만들어주신 잔잔 스테이의 콘셉트를 보았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바로 입구에 있는 작은 수(水)공간이었습니다. 오래된 주택에서 하나쯤은 볼 수 있었던 발코니 공간을 새롭게 해석했던 점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을 살리는 것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높게 위치해 있는 발코니 그리고 좁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는 어려움이 있었죠. 마침 잔잔 스테이의 공간을 시공해주고 계신 강릉 예스인테리어 디자인 실장님께서 발코니를 더 파내어내는 디자인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지하 공간의 활용도가 없어지면서 필요가 없어진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를 털어내고 없애면서 원하는 것들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구옥에 있던 발코니 공간은 족욕을 할 수 있는 수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과거에 필요했지만 현재는 필요 없어진 공간이 현재의 사람들에게 맞는 용도로 변화된 느낌이었습니다.
잔잔 스테이를 방문해 주신 분들이 이 공간을 눈이 오는 겨울이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차를 마시기도 하고,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수박을 먹으며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해 주시기를 기다려 봅니다.
글을 쓰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다양한 공간을 다니면서 나름의 인사이트를 쌓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저는 비전문가 일반인이기에 이 글을 보는 전문가 분들에게는 한참 부족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내 취향이 가득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기에, 부족해도 내가 고민했던 공간의 생김새와 아이디어를 열심히 기록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많이 모자라겠지만 너그럽게 글을 봐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변화된 구옥 주택의 모습은 잔잔 스테이 방문을 통해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2층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