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습관에 미친 영향

by 지홀

물을 끓이는 방법은 냄비에 물을 넣고

가스불에 올려놓아 끓기를 기다리는 것,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를 만난 후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

냄비에 붓는 방법을 알았고

그 방법은 요리하는 시간을 조금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지금 나는 그 방법을 종종 쓰며,

그럴 때마다 그가 떠오른다.


식재료를 써는 방법은

칼을 이용하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가위를 써서 자를 수도 있다는 걸

그를 만나고 나서 알았다.


특히 파, 부추, 어묵 같은 것은

가위가 훨씬 편하고 길이도 더 일정하게 잘라졌다.


고기든 김치든 작은 크기로 썰어 먹던 사람.

난 대충 집히는 대로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먹었는데,

그는 꼭 가위로 작게 썰어 먹고는 했다.

그런데 왠지 그 모습이 교양 있어 보였다.

반면, 큼직한 고기를 그냥 먹는 내가

무식하게 느껴졌었다.


요새 나는 가끔씩 식재료를 작게 썰고 있는 나를 볼 때가 있다.


나는 밥 먹을 때 국물 없이 잘 먹는다.

마른반찬으로 한 끼를 잘 먹을 수 있고

찌개나 국을 먹을 때는 건더기를

주로 건져 먹는다.

어느 날 문득 밥상을 차리며

찌개 아니면 국을 끓이거나,

하다못해 어묵탕이라도 사다 먹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가 떠올랐다.


만나다 보면,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이 어느 새 스며들어와

그의 방식대로 말하고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면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르고

그의 말을 나의 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있는 나를 본다.


제발,

그를 잊는 만큼 사라지는 행동과 생각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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