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걸까, 버린 걸까

by 지홀

"어! 내 물컵은 어디 갔지?"

사무실에서 자리 이동이 있었다.

분명히 컵을 씻어 물기를 닦은 기억은 나는데,

어디에 넣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박스 안에 다른 짐과 함께 넣은 것 같은데...

화장실에 가보고 탕비실에 가보고 예전 내 자리에 가봐도 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마음이 애타지는 않는다.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마저 든다.


가끔, 마음이 멀어지는 물건들이 있다.

버리기는 아까워 계속 쓰지만 정은 가지 않는.


잃어버리고 나니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찾으려고 이만큼 둘러봤으면 됐어"


내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버리기 전에 먼저 사라져 버린 컵.


멀쩡한 물건을 버렸다는 죄책감이 들지 않게,

아깝게 잃어버렸다는 마음이 들게,

고맙게 사라져 준 컵.


하지만,

물건은 스스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

내가 어딘가에 소중하게 보관하지 않고

함부로 놔두었기에 잃어버린 것.


잃어버린 게 아니라,

버리고 싶은 마음이 투영되어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 못하는 것.


나는 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게 하는 존재일까,

죄책감이 들게 하는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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