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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Oct 02. 2015

누구였지?

서로를 기억하는 일. 얼마나 많이 봐야 평생 잊지 않는 사람이 될까?


한 때는 친하게 지냈던 사람인데,

몇 년 후에는 도무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거리에서 우연히 본 낯익은 얼굴.

이름은 고사하고 왜 낯이 익은 건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아 답답해하다 우연히 옛날 사진을 보고는 누구인지 기억해 내고 스스로를 참  어이없어했다. 처음으로 입사한 회사의 입사 동기여서 함께 몰려다니며  수도 없이 같이 밥 먹고 놀러 다닌 사이였는데, 십 수년이 지난 후에 봤다고 어떻게  기억을 못할 수가 있을까.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 실습생으로 있던 친구를, 10년 후에 같은 회사 동료로 만나고서도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과거 얘기를 하다 문득, 어느 시간대, 어느 공간에서 같이 있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잠깐 명함  주고받고 인사 나눈 사이는

일주일만 지나도 생각나지 않는 건 당연하겠지!


일주일 정도 함께 한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을 얼마 후에 내가 그 사람을 알고나 있었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던, 사람을 만났다.  

그녀가 만나서 반갑다고 나를 정말로 반긴다.

그러나  난 누군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누구냐고 물어볼 수도 없어서 기억을 더듬으며 맞장구를 쳤다.   '지금은 어디서 일해요?'

이런 질문을 던져놓고, 과거를 떠올린다.

그리고 마침내 누구인지를 알았다. 그러나 얼굴은 모르는 사람이다.  그저, 그 곳에 일하는 사람은 누가 누가 있기에 그 사람일 것이라 짐작해 이름을 떠올렸을 뿐.


변한 것이 하나 없다며 나를 무지 반가워하는데, 나의 반응은 그렇지 못하다. 미안하다.


나를 기억해주는데

나는 기억을 못한다는 것이...


때로는 내가 기억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못 알아 보는 사람도 있고.


지금은 매일 얼굴 보며 속내를 얘기하는 사람도,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르고 나면 서로 알고 지내기나 한 사이였는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되는 그런 날이 올지도...


서로가 서로를 기억한다는 것.

얼마나 많이 봐야 평생 잊지 않을 사람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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