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내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달이 떠 있는 방향으로 걷지 않거나 건물에 가리어져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때로 걸음을 멈추고 사방으로 하늘을 둘러보지만 안 보일 때가 많다. 오늘 밤에도 달을 못 봤다. 그런데 아침에 종종 달이 보인다. 해처럼 달도 뜨고 질 텐데 오전에도 지지 않고 하늘에 떠 있다.
태양이 떠오르면 하루를 시작하고 태양이 사라지면 하루를 마무리하며 사는 일에 익숙하다. 반면 달이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생활하지 않으니 달이 움직이는 시간을 잘 모른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도 달뜨는 시간에 맞춰 일하는 것이 아니므로 월출 시간을 확인하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뜨는 줄 알았다.
월출, 월몰 시간을 확인해 보니 해와 달의 뜨고 지는 시간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 과학 지식이 부족해 잘 모르겠지만 겨울이라 그런 것 같다. 일몰이 저녁 다섯 시 대에 일어나는데 월출은 밤 열한 시대다. 일출은 오전 일곱 시대인데, 월몰은 오후 열두 시대다. 그러니 아침 출근길에 달을 보는 일이 빈번했던 거다. 밤에 달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였다.
일출, 일몰 시간을 확인하는 사람은 많다. 월출, 월몰 시간을 확인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문득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지만 묵묵히 뜨고 지며 밤을 밝히는 달이 마땅히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과 닮은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기가 맡은 일을 당연히 하는 사람들이 있어 살 만한 세상이 되는 것일 테다. 맡은 일임에도 남의 일인 것처럼 온갖 핑계로 안 하려 들거나, 마땅하게 해야 할 일을 무슨 은혜를 베푸는 양 생색 내기만 한다면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고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을 제대로 인정하고 평가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 성숙한 사회, 발전 가능성 높은 사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