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겨울 페스티벌 공연을 봤다. 극단에서는 봄, 가을 정기공연과 신입단원 워크숍, 가을 페스티벌을 운영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여름 페스티벌이 생기면서 가을이 겨울로 옮겨갔다. 올 겨울 페스티벌은 창작극 두 편과 소설을 각색한 한 편이 공연되었다. 극단에 희곡을 쓰는 단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창작극이 종종 무대에 오른다. 저작권 해결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은 반면 희곡의 완성도 부분에선 편차가 있다. 내용은 흔한 얘기들이 아니어서 신선하다. 마음이 따듯해지기도 하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부분도 있고 스릴러로 섬뜩함을 주는 것도 있다.
오늘 공연에서 본 창작극은 전개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결말은 눈물이 흐를 만큼 마음이 따듯해지는 극이었다.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부분에서 딱 눈물을 흘리는 배우의 모습은 언제나 놀랍다. 일본 소설을 각색한 공연은 소설이 읽고 싶어 질 만큼 몰입이 잘 되었다. 두 배우가 각각 모놀로그를 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배우 중 한 명은 여름부터 연기수업을 같이 한 단원이었는데 연기력이 일취월장한 모습에 감탄했다. 무대에서 제대로 말을 했다.
공연을 보며 내가 저 역할을 하면 어떨까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창작극을 올린 걸 볼 때는 나도 얼른 각색하거나 희곡을 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단원들의 공연을 보고 연기 얘기를 하면서 자극을 끊임없이 받을 수 있어 좋다.
나이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지금의 마음상태가 즐겁다. 몇 년 전이라면 '이 나이에 무슨~' 하면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레 포기하고 아쉬워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하고 싶다면 일단 도전해 보자는 마음이 든다. 언제 할지 모르지만 '해보겠다'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얼마나 오래 걸리든 하겠다는 마음이 있는 한 언젠가 이뤄질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