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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Nov 08. 2015

살림도둑

고구마 가져갈래? 사과는 있어?

엄마가 날 보며 물으신다.  


어렸을 적 엄마와 기차를 타고 외할머니댁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시골에서 며칠 있다  돌아올 때, 엄마 손에 들린 짐이 무겁고 많았던 기억.  

외할머니가 쌀부터 참기름, 들기름에 군것질용 먹거리까지 바리바리 싸주셨던 그 짐.

시골이니까 먹을게 많은 줄 알았었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나서, 가끔 집에 들르면 엄마가 담근 고추장, 된장, 시골 이모집에서 보냈다는 콩, 들기름, 참기름, 시장에서 많이 샀다고 주시는 과일, 일일이 까서 다진 마늘, 옥상텃밭에서 딴 고추, 상추 등 모든 먹거리를 바리바리 싸온다.


시골이니까 먹을게 많았던 것이 아니라, 외할머니도 엄마에게 주려고 일부러 먹을 것을 챙겨놓으신 거다.

엄마가 내게 그러는 것처럼.  


덕분에 쌀이며 반찬, 하다못해 그날 먹은 찌개까지 들고 와서 편한 밥상을 차린다.

뭐라도 더 챙겨주시려는 엄마 마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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