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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가능

2025. 1. 14

by 지홀

아침 출근길에 살얼음이 언지도 모르게 얼어서 걷다가 한쪽 다리가 쭉 미끄러졌다. 넘어질까 봐 다리에 힘을 주고 종종걸음을 걸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길이 얼어 걷기 불편한 반면, 날씨는 영상 온도로 따듯했다. 어제 추위 영향으로 오늘 기온이 어제보다 춥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단단히 껴입고 나왔기에 추운 줄 몰랐을 것이다. 바람도 불지 않아 오늘 아침 날씨는 포근했다. 겨울이지만 비교적 따듯한 날에 살얼음이 언 길이 대조적이면서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하긴 아주 추운 날이었다면 살얼음이 아니라 꽝꽝 얼었으려나. 여하튼 길이 얼었을 거라고 짐작하기 어려운 기온이었다.


이렇게 몸으로 느끼는 것과 다리로 체험하는 심적 예측 불균형의 상태가 혼란을 가져온다. 마치 일어나리라고 기대했던 일과 다른 일이 발생했을 때 놀라면서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넘어질 뻔하여 놀란 마음에 다리에 힘주고 걷는다. 살얼음이 없어 보이는 길까지 힘주고 걷다가 너무 과한 경계태세를 취한 건 아닌가 긴장을 풀어본다.


낮에는 살얼음이 다 녹았다. 평소처럼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미끄러지지 않았다. 이제야 눈에 보이는 대로, 영상기온을 몸으로 느끼며 예측가능한 균형 상태가 되었다. 마음이 편안했다.

육안으로는 하얀 구름만 보였는데 사진에는 푸른 하늘이 보인다(08:42, 08:51)
구름과 태양의 밀당(12:21)
구름과 태양의 밀당(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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