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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무치

2025. 1.15

by 지홀

분명 어젯밤에 글을 쓰고 업로드하고 잤다. 졸린 눈을 비비며 졸다 쓰다를 반복했지만, 잠들기 전 마무리하려고 애썼다. 글 내용도 마음에 들었다. 비록 좀 감정적인 부분이 섞였지만. 아침에 일어나 어제 너무 감정이 드러났나 싶어 브런치 앱을 열었더니 발행 직전 화면이 떴다.

'엇, 발행하지 않고 잤나?' 뒤로 가기를 눌렀더니 글 내용이 아무것도 없고 사진만 덩그러니 있다.

'분명 글을 다 썼는데, 어디로 간 거지? 매거진에 올리지 않고 엉뚱한 곳에 올렸나?' 당황해서 매거진이나 브런치북을 잘못 선택해 글을 올렸나 싶어 뒤져보았다. 만일 그랬다면 그것도 낭패였다. 그런데 아무 데도 없다. '이럴 수가!' 흔적이 없다. 잠결에 "저장"을 누르지 않은 것 같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다. 뻔뻔하다. 부끄러운 일인지 조차 모르는 것 같다. 본인이 벌인 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갈등 속에 놓였는지, 아무 관련 없던 사람들이 생계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직업이라는 이유로 추위에 몇 날 며칠을 벌벌 떨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반성할 일이 없다. 반성하지 않으면 마음이, 영혼이 성숙해질 기회가 없다.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기 쉽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은 소통할 줄 모른다.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자기 얘기만 전달하면 끝인 줄 안다. 무엇이 창피한 일인지 아는 일은 때로 양심의 척도가 되기도 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

사진으로 보니 하늘색이 예쁘다 (17:5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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