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4
"각자 자기가 할 일을 하는 거죠"라고 26년 어린 후배가 말했다. 회사에서 만났기에 나이 차를 신경 쓰지 않고 할 얘기를 하게 된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안에 대해 공감하고 각자 맡은 일을 이해한다. 이견에서 오는 갈등을 감정으로까지 끌고 가지 않는 현명한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후배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팀장 시절 만났던 팀원 중 여러 명이 그렇다. 내겐 팀장의 리즈 시절이었다고 말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 함께 일했던 팀원들과 환상의 호흡을 맞췄다. 각자 맡은 일을 하지만 서로의 일에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팀 성과를 끌어올렸다. 팀원들의 역량이 모두 평균 이상이었고 상호 이해를 잘했다. 그 덕분에 부서평가 연속 2년 1위를 했다. 대표의 의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평가 지표만 따른 결과였기에 더 뿌듯했고 자랑스러웠다. 지금은 다른 부서로 모두 흩어졌고,
다른 회사에서 일하거나 퇴사해 공부하는 후배도 있다. 1년에 한, 두 번 정도 다 같이 만나는 시간을 가지지만 전원 모이기가 쉽지 않다.
한 때는 팀장, 팀원의 관계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친한 선, 후배로 남은 사람들이 있다.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을 서로 말하고 위로하고 이해하는 관계에 나이는 그다지 큰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어떤 후배는 사람의 속내를 끄집어내는 재주가 있어, 의도치 않게 마음을 말하게 만든다. 연배로나 회사 경력으로나 내가 선배인데, 위로와 칭찬을 거꾸로 받을 때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잘 버티게 된다. 연예인은 팬 덕분이라는 말을 하던데, 일반인도 그렇다. 나를 인정해 주고 좋아해 주는 팬 같은 사람들 덕에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산다. 나이 들수록 나의 팬이 있음에 감사를 드리게 된다.